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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비엔날레] 인류 보편성·차별 문제·편견의 본질 담다

눈길 끄는 베니스비엔날레 국가관

'황금사자상' 점치는 재미도 쏠쏠

벨기에·미국관 등에 관심 커

미국관 최초의 흑인 여성작가로 선정된 시몬 리는 미국관 지붕을 건초로 덮고 7m 높이의 여성 흉상을 정면에 세웠다. 작품들은 소외됐던 여성·흑인·원주민에 대한 문제의식을 이야기한다.




베니스비엔날레는 제국주의가 확산하던 시기에 창설돼 국가관(National Pavillion)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국가대표 간의 경쟁을 뜻하는 ‘미술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베니스비엔날레재단이 국가관·작가·평생공로상으로 나눠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 수상자를 선정하기에 관람객은 누가 상을 받을지 점쳐보는 즐거움 하나를 더 가진다.

체칠리아 알레마니 예술감독이 ‘꿈의 우유’를 주제어로 제시한 이번 제59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는 인류의 근원적 보편성을 되짚으며 인종·성별·신체 등에 의한 차별을 이어온 역사를 반성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가운데 벨기에·미국·프랑스·루마니아·북유럽 국가관 등이 주목받고 있다.

벨기에관의 작가 프랑시스 알리스는 자연스러운 어린이들의 놀이를 영상에 담아 문화적 배경이 달라도 인류 전체를 관통하는 보편성을 이야기한다.


바깥으로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재잘거림이 새어나오는 벨기에 국가관은 현대미술의 거물이자 행동하는 예술가 중 하나인 프랑시스 알리스를 대표작가로 내세워 이번 비엔날레의 ‘필수 관람지’가 됐다. 벨기에의 달팽이 경주, 콩고의 모기 따라 하기, 아프가니스탄의 연날리기, 멕시코의 줄넘기 등 자연스러운 아이들의 놀이를 소재로 한 10여 점의 영상 작품을 선보였다. 문화적 배경은 제각각이지만 어린이 놀이에서는 자연과 함께하려는 보편성이 포착된다. 벨기에 태생으로 건축을 전공한 작가는 대지진으로 파괴된 멕시코 재건을 지원하기 위해 갔다가 그곳에 눌러앉아 정치·경제·사회 문제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을 겪은 인류가 그간 잊고 지냈던 본성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나무 기둥을 세우고 건초로 지붕을 덮은 미국관은 정면 입구에 거대한 7m 높이의 청동 여성 흉상을 세워 미국관 최초의 흑인 여성작가 시몬 리의 전시임을 만방에 알리고 있다. 검디 검은 액체가 거울처럼 사방을 비춰내는 경작지 형태의 공간에서 허리를 구부려 일하는 흑인 여성 조각은 역사 속에서 소외됐던 흑인·여성·원주민 등 소수자들에 대한 반성과 명상의 시간을 제공한다.

영화 세트장처럼 꾸며진 프랑스 국가관 내부.




관람 대기줄이 길게 늘어선 프랑스관은 지네브 세디라가 꾸민 영화 세트장 같은 공간에서 남녀 퍼포머의 강렬한 춤이 펼쳐진다. 공연 관람 인원을 제한하기 때문에 줄이 길다. 현실적 공간을 모방해 만든 세트장은 우리의 삶을 한걸음 물러난 상태로 관조하게 한다. 역시나 한참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영국관은 흑인 예술가 소니아 보이스를 대표작가로 낙점했다. ‘최초의 흑인 여성’이라는 수식어 자체가 갖는 차별성에 문제를 제기했던 그는 네 명의 여성 재즈 음악가를 주인공으로 한 영상 설치 작품을 내놓았다.

베니스비엔날레 영국관 내부의 영상 설치 작품.


말라 비틀어진 동물의 사체, 껍데기와 깃털 등을 작업으로 선보인 북유럽관은 약간의 악취가 느껴지지만 자연과의 공존 문제를 되새긴다. 20여 명의 누드 남녀가 몸을 밀착해 벌이는 퍼포먼스를 푹신한 쿠션이 놓인 바닥에 누워 관람할 수 있는 네덜란드관, 미끄러지고 비틀거리게 만드는 경사로를 걷게 한 후 편견과 고정관념의 시각은 누가 만든 것인지 질문하는 에스토니아관, 장애·기형·소수자의 성적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9채널 영상 작업을 선보인 루마니아관은 불편하지만 심오한 생각거리를 던진다. 전반적으로 사색적인 국가관들이 많기에 현란함으로 시선을 장악하는 한국관이 흥미로움으로 ‘튀는’ 분위기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저항하며 작가와 큐레이터가 모두 불참을 선언한 러시아관 앞은 문이 닫힌 채 한산한 반면 우크라이나관이 화제 몰이를 하고 있다. 황금사자상 수상자는 23일(현지 시간) 오전 시상식 때 공개된다.

베니스비엔날레 노르딕 국가관 내 설치된 작품. 죽은 동물의 말라 비틀어진 사체를 설치미술 작업으로 선보여 관람객의 후각과 시각을 모두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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