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풋옵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의뢰인으로부터 받은 보고서를 그대로 베껴 허위 평가 보고서를 작성한 혐의로 삼덕회계법인 소속 회계사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3단독 양환승 부장판사는 26일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회계사 A씨에 대해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교보생명에 대한 재무적 투자자(FI) 어펄마캐피털(이하 어펄마)로부터 전달받은 안진회계법인의 교보생명 풋옵션 가치평가 보고서를 자신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꾸며 공인회계사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풋옵션은 특정한 기초 자산을 미리 정한 가격으로 장래의 특정한 시점 등에 팔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양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청탁을 받고 위임인이 제공한 가치평가 결과를 자신이 공정하게 수행한 업무인 것처럼 포장했다”며 A회계사의 보고서에 '허위 기재'가 있다고 판단하고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또 삼덕회계법인의 보고서에 대해 “제공받은 결과 값이 과거 10년간 생명보험회사의 주가 추이에서 크게 벗어났음은 물론 다른 회계법인의 가치평가 결과와 현저한 차이가 있어 보인다”며 결과의 적정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A씨는 가치평가가 공인회계사만이 수행할 수 있는 직무가 아니며, 결과 값이 안진회계법인 보고서와 같았을 뿐 베끼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교보생명은 판결에 대해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키지 않은 회계법인의 위법행위가 근절되고 사모펀드와 회계법인 간 부적절한 관행에 경종을 울리길 바란다”고 밝혔다.
아울러 교보생명은 “앞서 열린 안진회계법인 회계사와 어피니티컨소시엄 임원의 공인회계사법 위반 재판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지만 검찰은 즉시 항소했다”며 “이번 유죄 판결로 2심 재판 결과도 향방을 예측할 수 없게 됐다”고 내다봤다.
다만 앞서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안진 회계사와 어피너티 임원에 적용된 혐의는 이날 판결이 나온 삼덕 회계사 사건과는 차이가 있다. 안진회계법인 회계사와 어피너티 임원은 서로 짜고 풋옵션 가치를 부풀려 평가한 혐의로 교보생명으로부터 고발을 당하고 수사 결과 공인회계사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1심에 불복해 항소했다. 두 회계법인에 평가를 각각 의뢰한 어피너티와 어펄마는 교보생명의 재무적 투자자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주주 간 분쟁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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