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뉴요커의 아트레터]자연과 건축이 하나되는 필립 존슨의 '더 글래스하우스'

외부와 실내 연결한 필립 존슨 대표작

아방가르드 미술품의 활발한 수집가

워홀·스텔라·라우센버그 등 다수 소장

필립 존슨의 '더 글래스 하우스'. 이름처럼 네 면이 유리로 지어져 안과 밖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혁신적 건축물로 꼽힌다.




뉴욕에서 북동쪽으로 한 시간 반쯤 떨어진 코네티컷 주의 뉴 케넌 지역에 위치한 더 글래스 하우스(The Glass House)는 봄 기운 가득한 4월부터 가을이 무르익은 11월까지만 문을 연다. 루이스 칸,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등과 함께 미국 모더니즘 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는 건축가 필립 존슨(Philip Johnson)이 지은 이 곳은 그의 시그니처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힌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조각 정원과 통신회사 AT&T 빌딩이 그의 대표작이다.

존슨은 하버드 디자인 스쿨에서 건축을 전공하기 전에, 신문 방송학과 정치학 등을 공부하였다. 이에 그는 미국 내에서 활발한 건축 활동을 했을 뿐만 아니라, 뉴욕 현대미술관 (MoMA)의 건축과 디렉터로서 그로피우스와 르코르지뷔에 등 유럽의 디자인·건축 거장들의 첫 미국 방문을 주도하기도 했다. 세계 2차 대전이 발발했을 때는 종군 기자로 유럽을 누비기도 했다.

더 글래스 하우스 내부 모습. 존슨이 바우하우스의 그로피우스에게서 영향을 받아 산업적인 재료를 심플하게 사용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더 글래스 하우스는 존슨이 자신의 주말 별장을 염두에 두고 설계한 건물이다. 존슨은 이곳에서 2005년 사망할 때까지 실제로 거주했다. 1949년에 완공된 이 곳은 메인 건물인 더 글래스 하우스와 방문하는 손님들을 위한 벽돌 하우스(Brick House) 로만 이뤄져 있었다. 이후 1950~70년대를 거치며 수영장을 비롯해 조각, 페인팅을 위한 갤러리들이 추가적으로 증축됐다.

보통의 건물 벽이 창문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주변 풍경을 볼 수 없는 막힌 구조를 지녔다면, 더 글래스 하우스에는 그런 벽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옆면이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어 내부에 들어서면 사방의 외부 자연 경관이 건물 내부와 연결된다. 당시 산업적 재료로 많이 쓰이던 유리 자체가 건축물의 구조적 기능을 함과 동시에 벽지와 같이 장식적인 역할을 하는 컨셉은 매우 획기적인 시도로 여겨졌다. 더 글래스 하우스는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직육면체 형태를 지닌다. 하지만, 내부에 들어서면 존슨의 세심한 고려를 확인할 수 있다. 난방 측면에서 비효율적인 유리 벽을 극복하기 위해 바닥 곳곳에는 보일러 역할을 하는 열선이 설치돼 있다. 유리 벽으로 인해 외부에서 내부가 다 보이는 공간에서 화장실 같은 개인적 공간은 내부 중앙에 위치한 원기둥 형태의 난로 구조 속에 집어넣어 사적인 공간의 분리 문제도 세심히 고려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건축가 필립 존슨 본인이 거주하던 '더 글래스 하우스'(오른쪽)와 방문한 손님용을 위한 '벽돌 하우스'는 개방과 밀폐의 대조를 보여준다.


더 글래스 하우스 맞은편에는 방문한 손님들을 위한 벽돌 하우스가 있다. ‘대조’라는 컨셉을 중시한 존슨의 건축 철학을 더 글라스 하우스와 벽돌 하우스의 관계에서 엿볼 수 있다. 더 글래스 하우스가 사방이 투명한 유리면으로 되어 있어 안과 밖의 경계가 구분되어 있지 않았다면, 벽돌 하우스는 뒷면에 위치한 세 개의 원형 창문을 제외하고는 사방이 벽돌로 막혀 있는 형태를 지니고 있다. 이에 본인이 거주하는 공간과 방문한 손님을 위한 공간의 뚜렷한 시각적인 대조를 볼 수 있다.

더 글래스 하우스 완공 15년 후에 지어진 이 페인팅 갤러리에는 필립 존슨이 수집했던 앤디 워홀, 프랭크 스텔라, 줄리안 슈나벨의 회화를 볼 수 있다.




필립 존슨은 건축가임과 동시에 열정적인 아트 컬렉터이기도 했다. 존슨은 당대 아방가르드 아트라고 여겨졌던 추상 표현주의, 신표현주의, 팝아트 등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살아있는 동안 존슨은 재스퍼 존스, 프랭크 스텔라, 앤디 워홀, 로버트 라우센버그, 프랭크 스텔라, 줄리안 슈나벨 등 거장들과 친분을 쌓으며 그들의 작품 다수를 수집했다. 실제로 그의 아카이빙 자료들을 살펴보면 앤디 워홀이 더 글래스 하우스를 방문해 존슨과 같이 찍었던 사진들을 접할 수 있다. 그가 수집한 작품들은 벽돌 하우스 옆쪽에 위치한 ‘페인팅 갤러리’(Painting Gallery)에서 확인할 수 있다. 페인팅 갤러리는 더 글래스 하우스가 완공된지 15년 후에 지어졌다. 페인팅 갤러리의 건축 구조 또한 일반적인 갤러리와는 확연한 차이를 지닌다. 신라시대 천마총과 같은 고분과 같은 형태를 지니지만, 들어가는 입구는 흡사 지하 벙커를 연상시킨다. 갤러리에 들어서면 105평 정도 되는 거대한 실내 공간이 언덕 내부에 자리 잡고 있다. 작품이 걸려져 있는 벽들은 원형으로 움직일 수가 있어 유기적인 연출이 가능하다. 존슨은 친한 예술가들을 초청해 문화 행사와 파티를 주최하는 등 사교적인 장소로 이 갤러리를 많이 사용했다.

조각 갤러리는 투명한 천장으로 들어온 자연 채광이 내부 공간을 가득 채운다. 필립 존슨이 수집한 존 챔벌린, 줄리안 슈나벨의 조각을 볼 수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조각 갤러리’(Sculpture Gallery)는 천장 대부분이 투명한 유리 재질로 마감돼 자연 채광이 실내 내부에 자연스럽게 비치는 구조를 지닌다. 조각 갤러리는 페인팅 갤러리 보다 5년 뒤에 완공됐으며 줄리안 슈나벨, 존 챔벌린 등 다양한 조각들이 전시돼 있다.

최근 들어서는 필립 존슨의 건축과 별개로 그의 백인 우월주의 철학이 2020년 코로나 기간 동안 발생한 흑인 인권 운동 ‘Black Lives Matter’와 더불어 재조명되고 있다. 존슨을 연구하는 집단은 그의 건축 프로젝트에는 단 한 명의 흑인 직원들이 참여되지 않았음을 비판하며 뉴욕 현대미술관이 필립 존슨에게 수여한 상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이같은 여론의 영향으로 하버드 대학교는 지난 2020년 필립 존슨이 지은 교내 건물들에서 그의 명패를 없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재조명되고 있는 존슨의 건축이 앞으로 어떠한 평가를 받을지도 주목해 볼 만한 이슈다. /글·사진(뉴욕)=엄태근 아트컨설턴트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