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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회계장부 열람 요구, 경위·목적 설명으로 충분" …대법, 옛 종로학원 남매소송서 여동생 손 들어줘

정태영 부회장 사실상 패소 판결

대법원. 연합뉴스




서울PMC(구 종로학원) 최대주주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회계장부를 보여 달라’며 여동생 A 씨가 낸 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했다. 대법원은 주주가 경영진의 부정행위가 의심된다며 회계장부 열람을 요구할 경우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할 수 없다며 동생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 씨가 현대자동차 계열사인 서울PMC를 상대로 낸 회계장부와 서류의 열람 및 등사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31일 밝혔다. 서울PMC는 부동산임대업을 하는 회사다. 종로학원이 학원 사업을 매각한 뒤 회사 이름을 바꿨다. 정 부회장이 지분 73%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여동생 A 씨는 17%가량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A 씨는 경영 실태와 법령·정관 위반 여부를 파악할 목적으로 서울PMC에 회계장부와 서류에 대한 열람·등사를 청구했다. ‘경영진이 회사를 방만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2016년 이후 주주들에게 이익을 배당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상법 제466조 제1항은 회사 발행 주식의 100분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의 요구가 있을 경우 회계장부 등에 대한 열람 및 등사 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PMC가 ‘적법한 주주권 행사가 아니라 불필요한 분쟁을 야기하려는 목적’이라며 거부하자 A 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A 씨가 주장하는 사정과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회계장부 열람 및 등사의 필요성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도 “원고가 주장하는 각 부정행위 또는 그 밖에 피고 회사 경영진의 법령 또는 정관 위반 행위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주주가 회사 업무 등에 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열람·등사 청구권을 부여한 상법의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주주가 열람·등사 청구서에 합리적 의심이 생기게 할 정도로 기재해야 한다면 회사 업무 등에 관해 적절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주주에게 과중한 부담을 줘 주주의 권리를 제한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주주인 원고는 회사를 상대로 열람·등사를 청구하면서 제출한 내용증명이나 이 사건 소장, 준비서면 등에서 열람·등사 청구에 이르게 된 경위와 목적 등을 상세하게 적어 이유를 밝히고 있다”며 “그런데도 원심은 원고가 주장하는 사실에 관한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열람·등사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상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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