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식으로 5000만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부과하는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2년 미룬다.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을 100억 원 이상 초고액 주식 보유자로 축소하고 증권거래세는 0.23%에서 0.20%로 낮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의 고강도 긴축 등으로 악재가 잇따라 덮치는 상황에서 세제를 완화해 금융시장 활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16일 정부가 발표할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금투세 도입이 2023년에서 2025년으로 미뤄진다. 금투세는 주식과 채권·펀드 등 금융투자로 일정 금액(주식 5000만 원, 기타 250만 원) 이상의 매매 차익을 올린 투자자에게 20%(3억 원 초과분은 25%)의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세금이다.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투세를 유예해) 조금 더 생산적인 자본이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동시에 기존의 양도세 부과 대상을 줄인다. 현재는 종목당 10억 원(국내 상장 주식 기준) 혹은 지분율 1% 이상 보유 대주주에게 양도세를 부과하는데 이를 종목당 100억 원 이상의 초고액 주식 보유자로 축소하는 것이다. 고광효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금투세 도입은 2년 뒤 시장 상황을 보고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시장에서는 2년 뒤 금투세를 도입하지 않아 주식 양도세를 폐지하는 수순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금투세 도입과 연계해 낮출 예정이었던 증권거래세는 내년 선제적으로 인하된다. 현재 주식 매매 거래당 0.23%를 부과하는 증권거래세를 내년 0.20%로 낮춘다. 현재 증권거래세 0.23%에는 농어촌특별세 0.15%가 포함되는데 내년에도 농특세율은 그대로 유지된다.
‘제2의 루나’ 사태를 막기 위한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에도 나선다. 이를 통해 가상자산의 발행과 상장 등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루나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면 피해 상황과 발생 원인을 빠르게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법 제정 시기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정부 관계자는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는 것은 그만큼 논의가 쉽지 않다는 얘기”라며 “최근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커진 만큼 논의에 동력을 얻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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