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경영학의 창시자 ‘피터 드러커’는 한국을 전 세계에서 기업가정신이 가장 충만한 나라라고 평가했다.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세계적인 기업을 키워낸 역동성과 도전 정신에 높은 점수를 준 것이다. 안타깝게도 1950년부터 1990년 중반까지를 논한다면 맞는 얘기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이 발표한 올해 우리나라 국가경쟁력 순위를 보면 기업가정신이 63개국 중 50위로 거의 꼴찌를 기록했다. 이 같은 성적표는 문재인 정부의 반기업·반시장 정책들이 반영된 계산서를 받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역설적으로 새 정부의 최우선 임무가 무엇인지 말해주고 있다. 기업가정신을 살려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러기 위해 경제 중심축을 민간에 넘겨 꺼져 가는 경제부터 살려야 한다. 정부는 이를 뒷받침할 과감한 규제 혁신과 생산성을 높이는 정책 설계에 치중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하고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키는 제도와 규제는 과감하게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중앙 부처 장관 중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가장 먼저 기업가정신 강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영 장관은 취임 첫 일성으로 “투철하고 헌신적인 공직 가치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적 책임을 지닌 기업가정신을 더해 작은 문제라도 끝까지 해결해 최선의 답을 도출해내자”고 당부했다. 환영할 일이다. 중기부는 요즘 기업가정신 배우기에 한창이라고 한다.
이 장관은 1세대 여성 벤처 창업가 출신이다. 벤처를 창업해 20여 년간 운영하면서 수많은 어려움에 부딪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업가정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직접 겪어 장관들 가운데 그 누구보다 기업가정신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할 만하다. 국회 비례대표 의원 시절에도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가장 큰 부작용은 기업가정신을 퇴보시키는 것이라고 꼬집을 만큼 기업가정신 전도사로서 열일했다.
그렇다고 장관이 됐다는 명분 때문에 조급해 할 이유가 없다. 성과주의에 빠질 위험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 임기 내에 중소기업의 기업가정신을 되살리겠다며 하드웨어에 치중하는 과오에 빠질 수 있다.
벤처 기업을 창업하고 경영을 해본 이 장관도 경험을 통해 실감했을 터. 사업화 자금과 판로 개척 지원 같은 프로그램이 중요한 게 아니다. 관건은 기업가의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킬 경제 체질 개선이다. 납품단가연동제 도입과 복수의결권의 시행처럼 기업하기 좋은 환경, 즉 시장경제 시스템 복원을 서둘러야 하는 것이다. 이미 중소기업 정책은 민간 주도의 혁신 성장 관점에서 재설계할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정대 협의회에서 “(중소기업 정책의) 파격적 규제 혁신을 보여주겠다”고 외친 이 장관의 소신이 조속히 정책화될 수 있게 지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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