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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OO 두텁게 지원”…윤석열 대통령의 단골 멘트

대선 후보 때부터 약자 지원 강조

7월 지지율 30%초반대 급락 이후

‘건전 재정 + 약자 복지’ 기조 형성

野 공세와 호응 없는 지지율은 부담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후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시장을 방문, 상인들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공적 부문의 긴축과 구조조정을 통해 국가 재정을 최대한 건전하게 운용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확보된 재정 여력은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지원하는데 쓰겠습니다.” (제 77주년 광복절 경축사)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이라면 이제는 외울 정도로 자주 듣는 윤석열 대통령의 단골 멘트입니다. ①공공부문 허리띠 졸라매기로 나라 살림 아끼기 ②아낀 돈으로 취약 계층 지원하기의 2단계 구조죠. 최근 발언들을 모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분들을 위해 구조조정과 긴축으로 마련된 재원을 넉넉하게 쓰겠습니다” (9월 8일 출근길)
“국가 부채가 1000조 원에 달하고 있고 물가를 잡는 게 최우선이기 때문에 정부는 긴축재정을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략) 그렇지만 정부가 도와드려야 될 사회적 약자는 촘촘하게 다 찾아서” (9월 2일 출근길)
“나랏빚이 몇 년 사이에 많이 늘어서 1000조 원에 육박하고 우리가 물가와 전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정부도 긴축을 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는 것을 국민 여러분들도 다 아실 겁니다. 그렇지만 서민, 어려운 분들, 또 우리 미래를 위한 투자, 돈 쓸 때는 확실하게 쓰겠습니다” (8월 29일 출근길)


윤석열 대통령이 추석 연휴 첫날인 9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내 무료급식소인 명동밥집에서 한 시민에게 물을 따라주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앞서 국민의힘이 문재인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에 줄곧 비판적인 태도를 취해왔기에 건전 재정 메시지 자체는 새롭지 않습니다. 과거 이명박 대통령이 “재정 건전성은 역사적 소명”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던 것처럼 재정 건전성에 대한 고집은 보수 정당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눈 여겨봐야 할 부분은 약자 지원입니다. 이명박 정권이 광우병 파동, 글로벌 경제위기 등으로 침체를 겪다 집권 1년 반이 지나서야 ‘친서민·중도실용’을 국정 운영 비전으로 구체화한 것과 비교하면 윤 대통령의 친약자 행보는 한 템포 빠릅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약자들에 대한 두터운 지원을 강조해왔습니다. “우리가 걷은 세금으로 어렵고 취약한 분들을 더 따뜻하게 살펴서 이분들이 다시 재도약을 통해서 왕성한 경제의 주체가 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정상적 나라”(2022년 2월 17일 용인 유세), “(손실보상금으로)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자영업자·소상공인들 막아야 우리가 향후에 복지재정을 절약할 수 있고 진짜 어려운 분들에게 두툼하게 선별적으로 지원해드릴 수 있다. 나중에 돈을 아끼기 위해서 지금 신속하게 화끈하게 써야 한다”(2022년 2월 26일 구로 유세) 등입니다.

윤 대통령은 또 취임 사흘 만에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을 골자로 한 59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습니다. 국회 시정연설에서는 “높은 물가와 금리는 취약계층에게 더 큰 고통을 준다”며 추경안 통과를 촉구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약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서서히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습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 등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이슈들이 자리를 대신 채웠습니다.

5월 16일 2022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및 기금운용 계획안 의결 촉구를 위해 국회에서 첫 시정연설을 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지지율 반등 노림수?…현장 행보도 늘었다


약자 지원이 다시 윤 대통령 발언의 중심에 서기 시작한 건 지지율이 하락세를 타면서였습니다. 한 때 60%대까지 바라보던 윤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6월 말 데드크로스를 그리고 7월에는 30% 초반대로 수직 낙하했습니다. 국민의힘 내부 갈등,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 등이 주된 이유로 꼽힙니다.



위기를 맞은 윤 대통령은 7월 7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사회적 약자, 취약계층이 어려운 경제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공공부문을 긴축해 조성된 자금으로 이분들을 더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 때(8월 15일)는 “정부는 경제가 어려울수록 더욱 고통받은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데 주력해왔다”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지난달 19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 때는 ‘약자 복지’라는 개념까지 나왔습니다. 윤 대통령은 “표를 얻기 위한 정치복지에서 집단적으로 단일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 잘 드러나지 않았던 진정한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을 제대로 찾아서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사실상 ‘건전재정과 약자복지’라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가 윤곽을 드러낸 겁니다.

민생 현장 행보가 크게 늘어난 것도 이 때부터였습니다.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민생경제, 재난 대비 등 다양한 분야의 현장을 찾았고 그 중에서도 ‘취약 계층 복지’ 관련 일정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힘들어도 스스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분들을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찾아가는 복지로 윤석열 정부의 약자 복지가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尹, 이틀에 한 번꼴 민생현장 찾았다 (본지 2022년 9월 2일자)

윤석열 대통령이 추석 연휴 첫날인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을 방문,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野 “부자 감세” 비판지지율도 여전히 박스권


문제는 결과입니다. 대통령의 “두텁게 지원” 발언은 실제로 ‘두터운 지원’이 있어야 힘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부가 내년도 보건·복지 예산에 109조 원을 배정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역대 예산안 중 보건·복지 예산이 100조 원을 넘긴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하지만 예산안을 처리할 국회 상황은 그리 녹록하지 않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미 새 정부 예산안에 대해 “참 비정한 예산안”이라며 현미경 심사를 예고했습니다. 또 8일에는 “정부는 영업이익 3000억원 이상 초대기업 법인세를 깎아주고, 주식양도소득세 면세기준을 100억 원까지 높이고, 3주택 이상 종부세 누진제도 폐지하며, 예산부족을 핑계로 노인일자리·지역화폐·임대주택 같은 서민예산을 대대적으로 삭감하고 폐지하고 있다”며 ‘반서민’ 프레임을 들고 나왔습니다.

국민들도 아직은 윤 대통령의 약자 동행 행보에 아직 호응하지 않는 모양샙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5~7일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 조사 결과(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주 전 조사와 동일하게 32%였습니다.

해당 조사는 격주로 이뤄지는데 윤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6월 40%대, 7월 30%대로 내림세를 기록하다가 8월 2주차 28%로 떨어졌었습니다. 이후 8월 4주차 조사에선 살짝 반등해 32%가 나오긴 했지만 9월 2주차인 이번 조사에서도 동일한 수치가 발표되며 30% 박스권은 유지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민생 경제에 집중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앞으로도 강조할 계획입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지율은) 더 노력하라는 국민들의 뜻”이라며 “윤 대통령은 앞으로도 글로벌 경제위기 등에 맞서 묵묵히 민생 경제와 취약 계층 지원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 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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