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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이는 중고 기계…"절반은 고철로 팔아"

■ 고금리·고물가·고환율에…산업현장 휴폐업 내몰려

시화기계유통단지 매물들로 홍수

한푼이라도 건지려 서둘러 처분

중개장터 등록 올 1000건 넘을듯





13일 찾은 경기 시흥시 시화기계유통단지. 추석 연휴가 끝났지만 12개 동 400여 점포가 들어선 국내 최대 중고 기계 유통단지에서는 활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수도권 중소 공장들이 설비를 마련할 때 가장 먼저 찾는 곳이지만 최근의 경제위기가 고스란히 반영된 듯 매물로 내놓은 기계를 싣고 오는 대형 트럭이 가끔 눈에 띌 뿐 대부분의 업소에서는 직원들만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4만㎡ 규모의 유통단지 도로변에는 방수 천막에 덮인 프레스와 선반·밀링 같은 대형 중고 기계들이 100m 가까이 늘어서 있었다. 잇따른 태풍으로부터 모터 등을 보호하려면 실내 보관이 필수지만 업소마다 내부가 이미 기계들로 꽉 차 달리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중고 기계를 판매했다는 A사 김 대표는 “폐업이 급증하면서 기계 설비가 쏟아지지만 수요가 없어 고철 용도로 팔려나가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공장에서 헐값에 기계가 나와도 둘 데가 없어 사올 수가 없다”고 전했다. 다른 중고 기계 거래 업체 대표는 “중고 기계를 30여 년간 사고팔았지만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지금처럼 매물이 많지는 않았다”며 “거래가 되지 않아 기계 10대 중 절반은 고철로 팔려 나가는데 중소기업 사장 입장에서는 어차피 안 팔릴 기계니 관리비를 아끼고 한 푼이라도 빨리 건지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3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 따르면 올 8월 말까지 ‘중소기업 자산거래 중개장터’에 등록된 중고 기계 매물은 439건에 달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 긴축의 고삐를 죄면서 시작된 금리 인상 악재에다 고물가·고환율의 3중고로 연말까지 매물은 더 급증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고 기계 매물 건수는 2019년 657건에 이어 코로나19의 충격파가 덮친 2020년에는 784건에 달했다. 지난해는 역대 최고치인 838건이었는데 올해는 지난해의 기록을 넘어 1000건 이상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중고 기계가 넘쳐 나는 현상은 3중고에 따른 인플레이션의 충격파가 산업 현장을 덮쳐 국가산업단지 내 공장의 휴폐업이 늘어난 탓이다. 국내외 복합 위기에 직면한 수출 중소기업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린 점도 영향을 미쳤다. 수출 중소 업체가 문을 닫으면서 2020년 상반기 7만 6196곳으로 줄기 시작한 뒤 2021년 상반기(7만 5386곳), 2022년 상반기(7만 3933곳)까지 3년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연평균 757.3곳의 수출 중소기업이 사라진 것이다. 시흥=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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