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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화재' 넋놓은 생존자 가족 ] 대피 돕다 의식불명…"깨어나기만 하면 소원이 없어"

"사고나자 남 구하느라 남았을 것"

하역장 인근 전기차 폭발 주장도

합동감식반 화재 원인 조사 진행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로 숨진 이들을 기리기 위한 합동분향소가 27일 오후 화재 현장에 설치됐다. 대전=연합뉴스




“아들이 깨어나기만 하면 소원이 없습니다. 아들이 일어나면 나는 어떻게 돼도 좋습니다.”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로 건양대병원 응급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박 모(41) 씨의 어머니 한 모(70) 씨가 27일 울먹였다. 한 씨가 입을 뗄 때마다 목구멍에 걸린 울음이 느껴졌다. 한 씨의 말들이 띄엄띄엄 끊겨 나왔다. 5평 남짓한 새하얀 보호자 대기실에서 한 씨의 눈두덩이만이 닳은 듯 붉었다. 한 씨는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아들이 남을 구하느라 현장을 떠나지 못했을 것을 알았다”며 “왜 남들 생각을 그렇게 할까. 엄마 생각도 조금은 하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박 씨는 26일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동료를 구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방재실에 남아 소방시설 작동 여부를 점검하고 CCTV를 확인하며 방송으로 화재 사실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화재가 급격하게 확산되고 연기가 퍼지면서 그는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하청 직원으로 시설팀에서 근무하는 박 씨는 의식을 잃고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박 씨가) 심한 고통을 겪을 것으로 판단해 수면제를 처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씨는 이번 화재가 아울렛 지하 1층 하역장 인근에 주차돼 있던 전기차가 폭발하면서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한 씨는 “아들과 교대를 하러 출근했던 직원이 날 찾아왔었다”며 “그 직원은 교대 중 충전 중이던 전기차가 폭발했고 아들을 구하려 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못해 들어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화재로 숨진 30대 노동자 이 모(36) 씨의 장례식장에도 이날 오후 침묵만 가득했다. 입구에 윤석열 대통령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의 이름이 걸린 조화가 늘어섰지만 내부는 고요했다. 가끔씩 흐느끼는 소리만 새어 나왔다. 이 씨의 친척이라는 A 씨는 “이런 상황이 우리 가족에게 찾아올 줄 몰랐다”며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전했다. 이번 화재 참사로 숨진 7명 가운데 3명의 장례는 28일 치러진다. 화재 현장에도 합동분향소가 설치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대전 현대 프리미엄아울렛 화재 이튿날인 27일 소방 당국, 경찰,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에 나서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한편 이날 오전부터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당국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반이 화재 참사 원인을 밝히기 위한 감식에 착수했다. 김항수 대전경찰청 과학수사대장은 “발화 지점인 지하 1층 하역장 앞에 주차된 1톤 화물차도 뼈대만 남았다”고 전했다. 김 대장이 언급한 화물차는 현장 CCTV 영상에서 불이 시작된 곳에 가까이 세워져 있던 차다. 합동감식반은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하역장 인근을 정밀하게 살펴볼 것으로 전망된다. 화재 원인과 함께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와 제연 설비 등의 작동 여부도 규명 대상이다. 6월 소방 점검 당시 현대아울렛 측이 지적받은 24건의 사항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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