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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인 지정제의 '나비효과'…회계업계 1·2위 희비 갈랐다 [시그널]

삼성전자, '40년지기' 삼일PWC 제치고

삼정KPMG와 처음 '외부 감사인' 계약

'이재용 삼성'의 경영 투명성 강화 기조

대형 회계법인 간 감사 역량 상향 평준화

주기적 지정제 시행 등 여러 요인 맞물려





삼정KPMG가 올해 회계 감사 시장 ‘최대어’로 꼽혔던 삼성전자(005930)와 감사인 계약을 맺으면서 회계사들은 “예상 밖의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약 40년 간 삼성전자의 외부감사를 맡아왔던 삼일PwC가 당연히 수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감사인 독립성 강화를 중요시하는 경제·사회적 풍토와 대형 회계법인의 감사 품질 상향 평준화 등 다양한 요인이 아우러져 회계업계 1·2위인 삼일과 삼정 간 희비가 엇갈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2019년부터 시행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6년간 감사인을 자유 선임한 기업이 향후 3년간은 금융당국이 지정해준 회계법인의 외부감사를 받도록 한 제도로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정KPMG는 지난달 27일 삼성전자로부터 2023사업연도 차기 감사인으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회계업계의 예상을 깬 결과였다. 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Pwc가 유력 후보로 꼽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20~2022 회계연도에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에 따라 딜로이트안진의 외부감사를 받은 것을 빼면 1970년대부터 2019년까지 삼일의 회계 감사만을 받아왔다. 삼일이 회계업계 1위로 성장한 것도 우리나라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감사를 전담해온 덕이 컸다.

삼성전자가 경쟁 방식으로 외부 감사인을 뽑은 것도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국내 주요 회계법인에 입찰제안서(RFP)를 송부했는데 삼일과 삼정만 응찰했다. 삼성전자 감사인 입찰 경쟁이 업계 1·2위 간 ‘자존심 대결’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삼일은 물론 삼정에서도 “삼일이 더 유리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약 40년간 외부감사를 해왔던 만큼, 감사 이슈에 대한 ‘이해도’ 측면에선 삼일에 우위가 실리는 것 아니냐는 뜻이었다. 삼일 내부에선 “삼정은 우리의 경쟁 상대가 아니다”라는 분위기도 읽혔다.

그럼에도 삼정이 삼성전자의 외부감사를 수임한 것과 관련해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삼성전자 입장에서 ‘감사위원회 독립성’을 대외적으로 강조할 필요가 있었다는 관측이다. 최근 이재용 회장이 취임하면서, 삼성전자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삼성전자와 관계가 ‘돈독’했던 삼일 대신 삼정을 발탁함으로써 감사인 선임을 총괄하는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했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가 삼정을 감사인으로 선정했다고 통보한 지난달 27일은 공교롭게도 이재용 회장이 승진·취임한 날이기도 했다.

대형 회계법인 간 감사 품질관리 역량이 ‘평준화’하고 있어, 삼성전자가 굳이 삼일만을 고집할 이유가 줄어들 것도 주요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3년간 안진이 무난하게 회계감사를 처리함으로써, 삼성전자 재경 라인에서 “삼일 외의 대형 회계법인도 감사 역량이 좋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한 회계법인 임원은 “보통 감사인을 선임할 땐 투입 인력, 감사 보수, 감사위원회와 의사소통 방법, 감사 방법론, 중점 감사 사항 등을 본다”며 “대형 회계법인 간 감사 능력이 평준화하고 있어, 이런 부분에서 차별점을 내세우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각 회계법인 최고위급의 ‘영업력’에서 판가름이 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김교태 삼정 회장은 이번 삼성전자 감사인 수임 과정에서 프리젠테이션 등의 상황을 직접 챙기며 사활을 걸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 사례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의 산물이라는 평가에도 힘이 실린다. 애초에 삼성전자가 이번에 공개경쟁을 통해 외부감사인을 선발한 것도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에 따라 최근 3년간 안진의 감사를 받아왔기 때문이었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영향으로 삼성전자가 삼일·삼정·한영·안진 등 4대 회계법인을 순차적으로 기용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로 사실상 4대 회계법인을 모두 경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삼일PwC 외의 법인에 외부감사를 맡기면서 향후 감사인 지정에 예행연습을 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주기적 지정제에 회계업계 셈법 복잡해진다


실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로 회계감사 시장 내 지각변동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방증은 삼성전자 뿐 아니라 다른 대기업들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제정되기 전인 지난 201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회사는 가급적 한 회계법인과 감사 계약을 이어가는 관행이 강했다.

그러나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에 따라 ‘6년 자유수임→3년 지정감사’ 사이클이 굳어지면서 각 기업들의 감사인 교체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두고 ‘감사인 독립성 강화’의 도약대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기대가 회계업계에서 나오기도 한다.

다만 회계법인 입장에선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둘러싼 셈법 또한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감사’ 부문과 ‘비감사’ 부문 간 업무 조율이 기존보다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먼저 감사인이 계속 바뀌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M&A 자문 등 비감사 부문의 영업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단 외부감사를 맡게 되면, ‘독립성’ 이슈로 인해 그 회사에 대해 비감사 업무를 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기존에 비감사 부문 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던 회사에 외부 감사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예를 들어 삼일은 최근 국내 매출 상위 2위인 현대차(005380), 재계 2위 SK(034730)그룹의 지주사인 ㈜SK와 그 핵심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096770)의 지정 감사인으로 선임돼 놓고도 독립성 이슈로 감사 계약을 맺지 못했다. 현대차엔 인수합병(M&A) 자문, SK그룹엔 내부회계관리제도 용역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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