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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근본 대책 필요한 ‘보이스피싱’

이충훈 법무법인 시장 대표변호사

이충훈 법무법인 시장 대표변호사




국내에서 보이스피싱 사건이 만연한 지 오래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1년의 경우 발생 건수만 3만 건이 넘고 피해 금액은 7000억 원이 넘는다. 노인층 같은 허약 계층이 주된 피해자인 것도 아니다. 피해자 연령대는 50대 이하가 대부분이다. 법원장·판사들이 당했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온다. 이 정도면 가히 ‘국민 범죄’라 할 만하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일주일에 1개 이상의 보이스피싱 의심 문자메시지를 받을 정도다.

국민 범죄라 할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주범이 잡히는 경우가 많지 않다. 수사기관에서 검거되는 대부분은 현금 수거책 정도일 뿐 주범은 외국에서 유유히 근거지를 옮겨가며 활동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 중 상당수는 처벌되지 않고 있다. 현금 수거책 대부분이 보이스피싱인줄 몰랐다고 범의를 부인하고 다른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돼 실제 수거책 상당수가 불기소되고 있다.

보이스피싱이 근절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범죄가 가능한 환경 때문이다. 국내 전화번호의 외국 사용이 가능하고 한국 IP마저 해외에서 판매되고 있다. 범죄에 최적화된 환경이 주어지면서 주범들은 해외에서 끊임없이 보이스피싱을 시도해 큰돈을 버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보이스피싱을 당한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도 여럿이다. 단순히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회복 불가능하기 때문은 아니다. 변호사로서 만나 본 피해자들은 사안이 밝혀진 다음에 ‘내가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에 속았을까’라는 극심한 자기혐오에 빠졌다. 대부분 사회 지도층에 속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더욱 힘들어했을지도 모른다. 정신 건강약을 복용했으나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고 심지어는 배우자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삭이며 힘들어 했던 이들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피해 신고를 했어도, 범인이 잡혀도 피해 금액 중 회수 가능한 부분은 매우 미미했다. 특별법에 따라 피해 신고가 되면 관련 금융계좌에서 출금이 정지되나 많은 경우 범인들이 이전에 현금을 송금·인출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피해자들은 10억 원이 넘는 거액을 보이스피싱 사기로 피해를 입었고 정신적 고통 속에 여러 해가 지난 후 스스로의 기억 밑으로 사건을 내려 버렸다.

보이스피싱이 활개치는 것은 대한민국이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사실의 역설적 현상이다. 단순히 형사처벌 강화를 떠나 악성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금지하고 국내 전화번호의 외국 사용이나 국내 IP의 외국 허용을 금지하는 등 위반 행위를 엄단해야 한다. 보이스피싱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근본 대책을 범정부 차원에서 수립해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는 얘기다. 판사가 보이스피싱을 당하고부터 처벌 수위가 달라졌다는 말을 들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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