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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익 없는 파업…3년 연장안 외면땐 '안전운임제' 결국 폐지

[화물연대 파업]정부·화물연대 2차 교섭도 빈손

양측 입장차 못좁혀 40분만에 결렬

화물연대 '일몰 폐지' 주장하지만

野, 단독으로는 법안 처리 불가능

내년부터 제도 자체가 사라질수도

원희룡, 유가보조금폐지까지 시사

대통령실도 안전운임제 폐지 압박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한 노조원이 3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2차 교섭이 결렬되며 자리를 떠나는 구헌상 물류정책관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집단 운송 거부 엿새째 이뤄진 민주노총 화물연대본부와 정부의 두 번째 만남도 40분 만에 빈손으로 끝났다.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를 걸고 넘어졌지만 당정의 ‘3년 연장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제도 자체가 곧 일몰로 폐지되는 만큼 집단 운송 거부의 실익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 역시 “안전운임제 폐지를 포함,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가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안전운임제 관련 2차 면담은 고성을 주고받으며 결렬됐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영구화 및 품목 확대’, 국토부는 ‘품목 확대 없이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이라는 기존 입장만 서로 재확인했다. 김태영 화물연대 수석부위원장은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정부와 국토부는 대화의 의지가 전혀 없다”며 “진정성 있는 협상안을 갖고 나왔으나 협상이 불가하다는 정부 이야기에 대화를 이어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협상장 안팎에서는 안전운임제 관련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에 실익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를 골자로 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을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연말까지 야당 단독으로 이를 처리하기는 불가능한 탓이다.

야당이 위원장을 맡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법안을 단독 처리한다 해도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사위는 해당 법안의 안건 상정을 미룰 수 있다. 법사위로 간 법안이 60일 이상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본회의에 상정되지만 그때는 이미 안전운임제가 일몰(올 12월 말)을 맞아 폐지된 뒤다.



결국 당정의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에 합의하지 않으면 화물연대로서는 안전운임제를 확대하기는커녕 내년부터 기존 제도 자체가 사라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대통령실에서는 만에 하나 야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 해도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이날 안전운임제 폐지나 화물차등록제 폐지까지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윤석열 대통령 지시에 따라 다양한 옵션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사실상 대화 중단 의지를 드러내면서 ‘아쉬운 쪽은 화물연대’라는 상황은 더 확연해졌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화물연대 측에서 면담을 요청하면 가급적 무슨 얘기든 들어보고 복귀 요청 메시지를 지도부에 직접 전달할 필요가 있어 만났다”면서도 “화물연대가 운송 거부 연장 명분을 위해 (면담을) 악용하는 상황에서 이런 식의 대화는 안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화물연대 측은 이날 면담 종료 이후 “다음 날 면담을 요청했지만 국토부가 답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정부는 안전운임제 폐지 외에도 유가연동보조금 폐지 등 다양한 카드를 꺼내 압박 수위를 높였다. 유가연동보조금은 화물차 경유 가격이 기준금액을 초과하면 초과분을 지원하는 제도다. 연간 약 47만 대의 영업용 화물차에 2조 원 규모의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다. 원 장관은 “화물 운송에 정당하게 기여한 것을 전제로 보조금을 주는 것인데 걸핏하면 자기 이익을 위해 운송 거부한다면 과연 보조금을 줘야 할 근거가 있느냐”며 “화물연대가 국가 경제에 대한 기여 의무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상응하는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집단 운송 거부 사태로 화물연대가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회에서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가압류를 제한하는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논의 중이지만 아직은 해당 법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어서다. 특히 업무개시명령 거부로 형사 고발을 당한 경우 민사 사건에서도 위법행위 요건에 가까워질 수 있다.

여론은 실익이 없는 파업을 정치적 파업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구헌상 국토부 물류정책관은 이날 화물연대와의 면담을 마친 뒤 “화물연대가 국가 경제, 그리고 국민을 볼모로 집단 운송 거부를 해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조속한 업무 복귀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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