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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요리도 결국 기본이 중요…유행·겉멋만 좇아선 안돼"

■조형학 조선호텔앤리조트 전무가 추구하는 주방 철학

정체성 지키면서 트렌드도 반영해야

탄탄한 기본기·협업 있어야 골 터지듯

'다함께 최고의 요리사로' 비전 내걸어

조형학 조선호텔앤리조트 식음조리담당 전무/이호재기자




“기본이 무너지면 안 됩니다.”

먹기 아까운 음식처럼 수사 가득한 명언을 기대했건만 정말 ‘기본’의 답변이 돌아왔다. ‘추구하는 주방의 비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기본·본질 같은 단어를 수없이 반복했다. 조 전무는 “우리 호텔이 역사가 깊다 보니 자칫 ‘올드하다’는 선입견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그렇다고 급변하는 유행만 좇는 것도 왕도가 아니다”라며 “우리의 정체성과 철학을 지키면서 트렌드를 녹이는 ‘줄타기’를 정말 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행을 반영해 수십·수백 가지 메뉴를 만드는 것도 중요할 수 있지만 결국에는 그 내용물이 제대로인가가 중요하다”며 “퍼포먼스나 겉멋에 치중하는 순간 기본을 지키는 게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인생에 있어 ‘착하게 살아야 한다’와 같은 구호가 당연하고 뻔한 말 같지만 이를 실천해 실제 삶에 녹여내는 게 어려운 것처럼 요리도 마찬가지라는 게 조 전무가 평소 후배들에게 강조하는 바다.

이 같은 조 전무의 인생철학은 조선호텔앤리조트 각 파트별 주방에 글로 붙어 있다. ‘다함께 최고의 요리사로 인정받자’는 비전이다. “주방은 축구와 닮은 부분이 많아요. 누군가의 ‘개인기’도 중요하지만 다수 플레이어의 탄탄한 기본기와 여기서 나오는 협업이 ‘골’로 연결되죠. 이런 마음을 가지고 우리 조직이 지향하는 바를 파악하고 이에 공감할 수 있도록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제 역할입니다.”



30여 년 전 그가 만난 선배들은 ‘엄격한 리더십’으로 주방의 기강을 잡았다. 그런 시절을 직접 살아낸 후 기강 확립의 책임자가 된 지금 조 전무는 “그게 먹히겠느냐”고 반문한다. “모두 성인이 돼 만난 사이인데 욕하면서 시킨다고 그게 먹히겠어요? ‘네’라고 해도 제 앞에서만 하는 거겠죠. 현장에서 같이 부대끼면서 시간과 신뢰를 쌓아야 변하고 진화합니다. 때에 따라 버럭하기도 해야죠. 그런데 그 다음에는 꼭 버럭한 것에 대한 치료, 병 준 뒤 따라가야 하는 약이 있어야 합니다.”

주방 인력 한 사람 한 사람의 성향과 재주를 파악하고 장점을 끌어내기 위해 고민하는 그의 모습은 좋은 재료를 연구하며 멋진 한 상을 차려내려는 요리인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요즘 젊은 셰프들에게는 흔한 해외 유학 경험도, 집안의 전폭적인 조기교육과 지원도 없었다. 누군가는 입사 1년 만에 잡는 칼을 3년 지나 쥐었다고 ‘내 시계는 왜 이리 더딘가’라며 비관만 하지 않았다. 맛있다는 곳, 좋은 재료가 있다는 곳은 발품을 팔아 돌아다녔고 ‘좋은 자리’라는 총괄주방장·상무·전무 등 타이틀을 단 뒤에도 요리·호텔·패션·건축·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잡지와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며 ‘고인 물’에 갇히지 않으려 부단히 애썼다. 시행착오를 거쳐 체득한 주방에서의 기술과 지혜는 언제든 나눌 준비가 돼 있다. 조 전무는 “영원히 현업에서 요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너털웃음을 짓고는 “기회가 된다면 교육이든 컨설팅이든 어떤 방법으로든 후학을 양성하는 일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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