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강원경찰청은 비전문취업비자(E-9)로 입국해 양구에서 일을하다가 마약을 유통한 태국인 A 씨 등 65명을 검거했다. 65명 모두 불법체류자였다. 같은 해 7월 부산에서는 어학연수비자를 받아 입국한 베트남인 등 67명이 외국인 전용 클럽과 노래방에서 필로폰 등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체포됐다.
국내에서 검거된 마약 사범 중 불법체류자 비율이 5년 동안 4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촌이나 산업 현장의 구인난이 심화하면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근로자와 유학생들이 많아지고 비자 및 장기 체류 등의 문제로 불법체류자가 늘어나면서 마약 거래 등 불법행위까지 덩달아 급증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사실상 ‘마약과의 전쟁’까지 선포한 상태지만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9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마약 사범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8년 7.4%에서 2022년 10월 현재 14.0%로 높아졌다. 경찰에 검거된 외국인 마약 사범 규모도 2019년 596명에서 2022년 1511명으로 급증했다.
특히 검거된 외국인 마약 사범 2명 중 1명은 불법체류자였다. 외국인 마약 사범 중 불법체류자 비율은 2018년 28.8%에서 2022년 56.0%로 대폭 상승했다. 전체 마약 사범 중 불법체류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2.1%에서 2022년 7.8%로 3.7배나 확대됐다.
불법체류자 마약 사범의 상당수는 외국인근로자나 어학연수비자를 받아 입국한 학생들로 파악되고 있다. 마약 범죄뿐 아니라 보이스피싱에도 대포폰 사용률이 높은 불법체류자의 휴대폰 등이 이용되는 등 불법체류자 범죄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근로자가 늘어나는 만큼 입국 과정에서부터 범죄 가능성 여부를 살펴보고 걸러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베트남에서 한국유학원을 운영하는 A 씨는 “외국인들이 불법체류자가 되고 범죄자로 전락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한국은 불법체류자를 검거하지 않고 사실상 방치한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라며 “불법체류자 검거와 추방 등 엄정한 법 집행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창덕 한국이민사회전문가협회 국제교류협력본부장은 “한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근로자들의 범죄 이력 등을 검증하고 있지만 브로커를 통해 제출된 범죄 이력 등이 조작됐을 가능성도 크다”며 “사전 교육과 심층 면접 등을 통해 범죄를 저지를 만한 인물인지 등을 세심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