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콜롬비아(BC)주에서 소량(2.5g 이하)의 마약 소지를 허용하는 ‘마약 비범죄화’ 실험이 시작됐다. 심각한 마약 문제를 범죄가 아닌 공중보건의 시각으로 접근해 해결하겠다는 시도지만 마약중독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월 31일(현지 시간)부터 18세 이상 BC주 주민은 헤로인과 모르핀, 펜타닐, 코카인, 메스암페타민, 엑스터시(MDMA) 등 마약류를 소지하더라도 2.5g 이하이면 체포되거나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다만 해당 마약류의 생산·유통·수출은 불법행위로 곧바로 처벌된다. 캐나다 연방정부가 허가한 BC주의 이번 조치는 2026년 1월 31일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캐나다의 대표 도시인 밴쿠버가 속한 BC주는 지난해 마약중독 사망자가 2270명을 넘었을 정도로 심각한 마약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이 지역은 2016년부터 현재까지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발령돼 있다.
BC주는 처벌 대신 ‘관리’를 통해 마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BC주의 정신건강·중독부 장관인 제니퍼 화이트사이드는 “약물 문제는 (범죄가 아닌) 건강 이슈라는 이해를 바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밴쿠버시는 마약중독자가 에이즈 등 다른 질병에 감염되지 않도록 청결한 주사기를 제공하는 ‘인사이트(Insite)’를 운영 중이기도 하다.
그러나 캐나다 내부에서는 이번 조치가 마약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야당인 보수당의 피에르 포일리에브르 대표는 “마약 확산에 정부가 굴복한 것”이라며 BC주의 조치를 허용한 쥐스탱 트뤼도 총리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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