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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왜 학폭이죠?"… 사이버 학폭 심각성 모르는 아이들

사이버 학폭 2020년 12.3% 1년새 3.4%p '쑥'

학폭 예방교육 학교 재량 맡겨 근절 대책 한계

전문가 "SNS 공간 이해 등 초기 빠른 대응 중요"

위 이미지는 기사와 무관함. 이미지투데이




고등학생 A군은 친구들과 함께 반에서 겉도는 친구 B를 자신들이 있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단톡방)에 초대했다. 그리고 B의 사생활이 담긴 사진, 우스꽝스럽게 촬영된 B의 사진 등을 올리는가 하면 B에게 욕설을 내뱉기까지 했다. B가 괴로움을 토로하자 A는 친구사이의 장난이었고,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니까 학교폭력이 아니지 않냐고 반문했다.

최근 학교폭력 양상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물리적 접촉이 어려워지면서 관계를 이용한 비대면 폭력으로 진화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물리적 학폭 외에도 사건 파악이 어려운 비대면 사이버 공간 내 학폭 문제가 날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학생들이 사이버 상에서 괴롭힘을 학폭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대다수 학생들이 여전히 신체적으로 위해를 가하거나 교실이나 학교 등 제한적 공간에서 일어나는 폭력만을 학폭이라고 인지하고 있어 근절에 어려움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4일 교육부가 2020년에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사이버 공간 내에서 폭력을 당한 초중고교 학생의 피해경험률은 2019년 8.9%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한 2020년 12.3%로 뛰었다.

반면 신체적 학폭을 경험한 학생 비중은 2013년 전체 응답자의 11.7%에서 2019년 8.6%로 줄었다. 같은 기간 금품갈취(10.0%→6.3%)나 강제심부름(6.1%→4.9%) 등 물리적 폭력은 감소 추세다.



정부와 교육계의 현행 예방교육은 물리적 폭력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지만, 사이버 공간 내 학폭 등 새로운 형태의 학폭에 대응하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다.

현재 교육부에서 제시한 법령에 따르면 학교는 학기별 1회, 연간 2시간 이상 학교폭력예방교육을 실시해야한다. 교육부는 또 2015년부터 연 11차시 이상 교육과정과 연계한 학교폭력 예방교육인 ‘어울림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도덕이나 사회, 국어와 같은 수업시간에 학교폭력예방과 관련된 수업을 시행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선 교사들 사이에서는 해당 교육만으로는 학생들의 인식제고에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현행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해당 교육이 학교 재량으로 실시된다는 점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학교폭력 예방교육 의무 시수를 법령으로 지정했으나, 해당 수업 운영은 학교 소관이라 학폭 교육이 중구난방으로 이뤄지고 있다. 더욱이 일선 교사들은 교과 진도 및 다른 법정교육을 진행하기도 바빠 학교폭력 한 사안에만 집중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하는 폭력도 학폭이라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저조한 점도 문제다. 반복된 교육으로 신체적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은 대체로 널리 형성됐으나, 단톡방 등 ‘닫힌 공간’에서 일어나는 문제가 열린 공간에 공개될 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학생들의 우려가 저조하다는 분석이다.

조상식 동국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사이버 공간의 본질에 대한 인지가 여전히 저조하다"라며 “학생들에게 입학한 순간부터 SNS 사용 요령을 엄격하게 교육하는 일부 예술고등학교처럼, SNS 공간 이해에 대한 교육을 일반 학생들에게도 확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수는 “기술이 발달해 매 학기 새로운 유형의 사례가 접수된다"라며 “신체적 폭력은 물론, 날로 다양해지는 여러 학교폭력 사례를 당국과 일선 교사들이 보다 빠르게 인지하고 대응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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