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발 전력난을 계기로 검토되던 벨기에의 '최장수 원전 수명 연장‘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벨기에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전면 보류하고 수명 연장을 추진하는 반면 규제 당국과 운영사 측이 모두 안전 문제를 지적하며 스텝이 꼬인 모양새다.
로이터통신은 6일(현지 시간) 벨기에 연방원자력통제청(FANC)이 연방정부의 최장수 원자로 3기 수명 연장 계획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7개 원자로 가운데 가장 오래된 티앙주 1호기, 도얼 1·2호기는 1975년부터 반세기 가까이 가동돼왔다. 이들은 당초 2025년 폐쇄될 예정이었지만 정부는 지난달 운영사인 엔지 측에 2027년까지 2년 수명 연장을 제안했다.
FANC는 “최장수 원자로 수명을 일시적으로 연장하는 일은 너무 복잡하며, 안전 규정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고, 추가적인 핵연료가 필요하며, 벨기에의 원전 관련 지침도 개정해야 할 것”이라며 원전 운영사인 엔지 측의 우려가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대신 FANC는 정부 측에 최신 원자로 2기를 필수 점검 기간에도 계속 가동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권고했다.
정부가 안전 문제를 무릅쓰고 오래된 원전을 가동하려는 이유는 2025∼2026년 예정된 안전 점검 기간에 최신 원자로 2기의 가동이 한시 중단돼 전력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앞서 벨기에 정부는 최장수 3기를 포함한 모든 원자로 가동을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탈원전 계획’을 수립했지만 개전 이후 유럽 전역에서 에너지 위기가 발생하자 이를 전면 보류했다.
이미 가장 최근에 지은 도얼 4호기와 티앙주 3호기 등 2기는 2025년 가동을 중단하는 대신 2025∼2026년에 한시적으로 중단한 뒤 필수 안전 점검을 거쳐 10년간 더 가동하는 방안이 확정됐다. 다만 해당 기간 전력 공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자 ‘최장수 원자로’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문제는 수명 연장 방안에 운영사인 엔지조차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고, 원자력 규제 당국에서도 우려를 제기함에 따라 계획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주무부처인 벨기에 에너지부가 이 같은 FANC의 권고를 받아들일지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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