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보상 입법 시위를 주도하고 삼청교육대 백서를 만드는 등 수십 년간 인권 운동에 앞장서 온 삼청교육대 피해자 단체의 명맥이 사실상 끊긴 것으로 파악됐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7일 삼청교육대인권운동연합에 대한 비영리 민간 단체 등록 말소 청문을 열었지만 아무도 출석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올해 1월부터 단체 측에 등록 정보를 갱신해 달라고 요청하고 지난달에는 등록 말소를 위한 청문 실시 통지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단체는 유선과 우편에 아무런 답변이 없었고 사무소 자체도 없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절차에 따라 등록 말소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0년 5월 피해자 전영순 씨가 설립한 이 단체는 피해 보상 집단 소송과 집회 등을 주도했다. 이후 2003년 삼청교육 피해자의 명예 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창복 의원 외 54인)이 제정되는 데 주된 역할을 했다. 전 씨는 15년에 걸쳐 삼청교육대 입안 과정과 시행, 피해 사례를 망라한 ‘삼청교육대백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단체는 이 같은 활동을 인정받아 2009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수여하는 ‘올해의 인권상’ 등을 받았다.
해당 단체에는 피해자와 가족들 100~200여 명이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2014년 이후부터 활동이 뜸해졌다. 현재 84세인 회장 전 씨는 고령의 나이 등을 이유로 단체 활동이 자연스럽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한 시민 단체 관계자는 “역사성을 가진 단체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는 게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삼청교육대 사건은 1980년 8월 4일 계엄 포고 제13호에 따라 6만 755명을 검거하고 그중 약 4만 명을 순화 교육, 근로봉사, 보호감호를 명분으로 군부대에 설치한 삼청교육대에 수용한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불법 구금, 구타 등 가혹행위로 대규모 인권 침해가 발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