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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사태 한 달도 안 됐는데 규제 완화 논의할 때냐” 한은 강공 전환 [조지원의 BOK리포트]

은행권 제도개선 TF서 강하게 반대

SVB 사태로 신중히 검토 의견서 전환

지급결제 리스크 관리 필요한 대표적 사례

"담보 제공 가능한 기관만 들어와야"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과점 문제를 지적하면서 출범한 은행권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한국은행이 이례적으로 강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은행권 경쟁 촉진을 위해서 비은행권에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하면 소비자 편익 등 국민 후생이 증진된다는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한은은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결제 리스크를 더 세게 관리해도 모자랄 판에 규제 완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불과 3주 전 미국의 SVB가 담보 부족으로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유동성 지원을 받지 못하고 폐쇄된 것도 결국은 지급결제 문제임을 감안하면 논의 시점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비은행권의 지급결제 허용을 신중하게 검토하자던 한은이 강한 반대로 돌아선 이유를 세부적으로 살펴봤다.

서울의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상품과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이 붙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3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9일 열린 ‘제2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회의에 참석한 한은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엄격한 결제 리스크 관리가 담보되지 않은 채 비은행권에 소액결제시스템 참가를 전면 허용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라며 “특히 SVB 사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과 관련해 결제 리스크 관리를 한층 강화해야 하는 현시점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발언했다.

이는 은행권 경쟁 촉진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되는 비은행권의 지급결제 허용에 정면 반박한 것이다. 은행은 은행법상 환업무가 고유업무로 허용돼 요구불예금을 근거로 다양한 지급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환업무는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당사자 간 자금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업무를 말한다. 따라서 은행은 한은 금융망 참여는 물론이고 어음 교환, 지로 서비스, 텔레뱅킹이나 인터넷뱅킹을 통한 계좌이체·현금 출금 등 지급서비스가 가능하다.

이에 증권·보험·카드·핀테크 등 비은행권은 은행처럼 입출금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요구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소비자 편익이 늘면서 국민 후생이 증진될 것이란 주장이다. 금융투자협회는 증권사의 법인지급결제를 허용하면 기업활동에 필요한 종합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소비자들도 증권계좌 활용성이 확대돼 편익을 누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험연구원도 지급결제 허용이 리스크 관리에 특화된 보험업 역할을 확대할 수 있는 도구라고 강조했고, 여신금융협회 역시 은행과의 차별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디지털 금융·소비·생활 편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고 했다.



서울의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상품과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이 붙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그런데 한은은 이달 2일 열렸던 1차 TF 회의까지만 해도 이 정도로 강하게 반대하지 않았다. 당시엔 “결제망의 ‘제로 리스크’를 추구하는 입장에선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라는 수준에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정도의 태도였다. 그랬던 것이 이달 10일 미국 내 자산 규모 16위인 SVB가 폐쇄하면서 명확히 반대하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SVB 사태가 한은이 비은행권의 지급결제를 반대해야 하는 이유를 정확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마이클 바 연준 부의장의 발언에 따르면 SVB는 금리 위험과 유동성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않았다. 특히 부채는 기업 예금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를 장기채에 투자하고도 금리 상승에 따른 손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 리스크에 취약한 상태에서 8일 증자 계획을 발표했다가 실패하면서 시장 불안을 키웠다. 그리고 9일 오전 미국 감독 당국은 SVB가 안정된 것으로 보였으나 오후부터 예금 인출이 시작됐고 저녁 무렵 420억 달러가 빠져나간 것을 확인했다.

예상보다 많은 예금 인출 수요에 놀란 연준과 SVB는 9일 밤 논의 끝에 다음 날 아침 연준의 재할인창구(Discount Window) 대출을 통해 유동성을 지원하려고 했다. 이에 따라 충분한 수준의 적격담보를 찾으려고 노력했고 당시엔 예상했던 예금 인출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10일 아침이 되자 실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1000억 달러 규모의 예금 인출이 예상됐고 다급히 은행 폐쇄를 결정했다.

한은은 SVB 사태로 ‘디지털 런’ 위험이 드러난 만큼 지급결제시스템 안전성이 크게 흔들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SVB 사태의 교훈은 신속하게 담보를 잡고 중앙은행이 대출할 수 있는 기관만 지급결제 시스템에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라며 “한은은 한은법상 비은행권에 직접 대출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담보를 잡고 대출할 수 있는 기관만 결제망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조지원의 BOK리포트’는 국내외 경제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Bank of Korea)을 중심으로 국내 경제·금융 전반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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