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앞바다에서 화재로 표류하던 러시아 선박에 탄 선원 21명이 인근을 지나던 국내 어선과 해양경찰의 도움을 받아 구조됐다. 최근 우크라이나 지원 여부를 둘러싸고 한국과 러시아 간 정치 갈등에도 불구하고 우리 측의 인도주의가 빛을 발했다는 분석이다. 주한 러시아대사 역시 우리 측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21일 울산해경에 따르면 이날 0시 43분께 부산시 기장군 고리 남동방 28해리(51.8㎞) 해상을 지나던 러시아 국적 어선 칼탄호(769톤급·승선원 25명)에서 불이 나 4명이 사망하고 21명이 구조됐다. 대다수 선원은 화재가 발생하자 바다로 뛰어들어 인근을 지나던 국내 어선에 의해 구조됐으나 연기를 마시고 선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이들은 숨진 채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은 소방정 등을 동원해 해상에서 불을 거의 껐으나 기상이 나빠지며 선박을 울산항 부두로 옮겨 화재를 진압했다. 우리 군도 이지스 구축함 1척과 부산에 대기 중이던 고속정 1척을 현장으로 보내 실종자 수색을 지원했다.
울산해경은 울산항 용연부두에서 화재 현장 브리핑을 열고 “안드레이 쿨리크 주한 러시아대사가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하며 전문가적인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러시아대사관 측은 향후에 감사 서한도 보낼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날 사고 선박에서 구조된 세브첸코 빅토르 선장도 해양경찰 구조대에 “볼쇼예 스파시보(대단히 감사하다)”라며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해양 사고와 관련해 2016년 러시아 총영사가 포항에서 요트 선원을 구조해준 데 대해 해경에 감사 서한을 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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