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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에 둘로 쪼개진 의료계…尹 거부권에 촉각

의료연대, 간호법·의사면허취소법 반발 3일 부분파업

11일 2차 연가투쟁 예고…17일 총파업에 전공의도 합류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에 의료직역 단체 촉각 곤두세워

보건복지의료연대가 간호법 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에 반발하며 부분파업을 시작한 3일 서울 시내 한 병원 진료실에 진료시간 단축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간호법과 중범죄 의사 면허취소법에 반발해 의사, 간호조무사 등 13개 의료직역 단체가 오늘(3일) 오후 부분파업에 나서며 단체행동을 시작한다. 의료현장 혼란의 키를 쥐고 있는 전공의(레지던트)들도 17일 총파업 동참 가능성을 내비쳤다. 당장 국무회의 의결만 남겨둔 가운데 9일과 16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지 여부에 의료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의료연대, 간호법 반발 첫 단체행동…17일 총파업 예고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등 13개 의료직역 단체가 참여하는 보건복지의료연대는 3일 오후 5시 30분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 앞과 인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 사무소 앞을 비롯해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등 전국 각지에서 ‘간호법·면허박탈법 강행 처리 더불어민주당 규탄대회’를 연다. 앞서 간호조무사협회가 3일 연가투쟁을 선언했고, 의사를 비롯해 다른 직역들도 동참하기로 하면서 일부 동네의원들은 휴진 또는 단축진료를 진행한다. 연가투쟁으로 인한 환자 불편 등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참여 여부, 시간 등을 자율적으로 맡기기로 했다는 게 의료연대의 입장이다.

3일 오후 인천시 계양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사무실 앞에서 인천보건복지의료연대가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법 제정안 철회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제공=인천보건복지의료연대


의료연대에는 대한병원협회를 비롯해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대한방사선사협회,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에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협회 등이 참여한다. 사실상 간호사, 한의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의료직역 단체가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병원을 비롯해 대형병원에선 집단행동 움직임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 투쟁 로드맵이 이틀 전에 구체화된 데다 의원급 일부 의료기관 위주로 휴진이 이뤄진 만큼 아직까지 현장에선 큰 혼란이 감지되지 않는 분위기다. 당초 투쟁 동력을 얻으려면 총파업 등 강경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지만, 환자들의 생명을 볼모로 삼는다는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부분 파업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간호법 국회 본회의 통과 직후인 지난달 28일 단식투쟁에 돌입하며 “의료연대에 소속된 모든 단체장들이 파업에 전격 찬성했다"면서도 "국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역이나 시간을 나눠 부분 파업부터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 전공의·의대 교수들도 간호법 반대…17일 총파업 동참 입장 밝혀


하지만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경우 의료대란을 피해가기 어려울 공산이 크다. 의료연대는 간호법을 재논의하지 않으면 오는 11일에도 같은 방식으로 2차 연가투쟁에 나서고, 오는 17일 전국 400만 명이 참여하는 의료 총파업을 진행하는 등 투쟁 수위를 높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대학병원 전공의들로 구성된 전공의협의회도 2일 기자회견을 통해 간호법 제정과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의사면허취소법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강민구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간호법이 그간 암묵적으로 진료현장에서 행해졌던 대리수술과 대리처방을 합법화하는 계기로 작용할까 우려스럽다"며 "파업에 이르길 원치 않지만 마지막 희망인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는다면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회관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 주최로 '의료대란 위기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할 예정인 진료지원인력(PA) 관리 및 운영체계안과 간호법 제정안의 주요 내용 등을 종합하면 향후 병의원 및 지역사회에서 의사의 관리 감독 없이 간호사에 의한 각종 시술 등 의료행위가 합법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이들 단체의 지적이다. 17일 연대 총파업이 현실화되면 환자들의 큰 불편이 불가피하다. 지난 2020년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추진할 당시 70%가 넘는 전공의가 단체행동에 나서며 의료현장의 혼란이 극심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도 일단 총파업에 동참한다는 방침이다.

◇ 대통령 거부권에 쏠리는 눈…간호법 불발 시 또다른 갈등도 불가피


의료연대는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가 열리는 9일과 16일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총파업 일정을 17일로 잡은 것도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은 4일 정부로 이송될 예정이다. 대통령은 간호법을 이송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공포하거나 이의가 있으면 이의서를 첨부해 국회로 되돌려 보내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는 그 법률안을 재의에 부치고,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일 경우 재의결된다. 앞서 국민의힘은 본회의 전 의원총회를 통해 민주당이 간호법 제정안을 강행 처리하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입장을 정리한 바 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법안이 국회로 되돌아올 경우 민주당은 재표결에 나서고 정부 여당에 대한 비판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치적 후폭풍도 불가피해 보인다.

김영경 대한간호협회장이 3일 국회의사당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제공=대한간호협회


다만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대한간호협회를 찾아 "간호법 제정이라는 숙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어 거부권 행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거부권이 현실화되면 대한간호사협회를 비롯해 간호법 제정에 찬성하는 단체들의 큰 반발이 예상된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이미 양곡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로 국민들의 회의적인 시각이 큰 상황에서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더 큰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거부권 행사 시)간호사들과 시민사회의 더 큰 투쟁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간호협회는 간호법 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할 때까지 전 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하며 '맞불' 작전을 펼치고 있다. 의료연대의 1차 연가투쟁 직전인 3일 오후 국회의사당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법 통과에 우려를 표한 복지부를 향해 날을 세우기도 했다. 복지부가 지난 1일 부처 공식 페이스북에 ‘간호법안, 국회 본회의 의결 그 후’라는 카드뉴스를 통해 간호법에 대한 우려사항과 간호조무사 차별 조항 등을 언급한 것을 저격한 것이다. 김영경 대한간호협회장은 “명확한 법적사실에 근거해서 갈등을 중재해야 할 복지부가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증폭시키고 있다”며 “복지부는 간호법에 대한 마녀사냥과 말 바꾸기를 즉각 중단하고 헌법상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준수하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복지부는 이날 제4차 긴급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연가투쟁 및 부분휴진 관련 의료계 동향과 진료현황을 점검했다. 전일 열린 3차 긴급상호아점검회의 직후에는 17개 시도에 비상진료대책을 송부하고 24시간 응급의료체계 유지 및 진료공백 발생 방지 조치 등을 당부한 바 있다. 박민수 제2차관은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위해가 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된다"며 "비상진료대응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도록 지방자치단체 및 병?의원급 의료기관과의 긴밀한 협조체계를 유지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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