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의 자동차 노동조합이 디트로이트의 전통 자동차 업체들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 기업 근로자들의 미래를 놓고 대대적인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제너럴 모터스와 포드, 스텔란티스 등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세운 배터리 합작 회사에서는 총 1만8000여 명의 근로자들을 신규 고용할 예정이다. 이같은 합작 회사들은 기존 자동차 회사들의 노동 계약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업체들과 노조의 분쟁은 앞으로 길고 복잡할 수 있다. 해당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과 복리후생에 대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United Auto Workers)는 새로운 기업 구조에 따라 각 공장마다 새로운 협상을 통해 노동 계약을 각각 마련해야 할 수도 있다.
협상은 7월에 시작돼 가을에 본격화할 전망이다. 협상 결과는 개별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미국의 산업 구조 변화에 다른 노동계 전반에 광범위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전기차 배터리에서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산업체와 리튬 채굴업체, 가공업체가 다시 자리잡고 있다. 이는 노조가 수십 년 전에 해외로 이전했던 직군에서 일하는 새로운 세대의 근로자를 대변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는 의미다. 올해 GM과의 협상을 맡을 UAW의 부회장 마이크 부스는 "내연 기관에서 전기 자동차로의 전환은 그저 전환이어야 하며, 이 때문에 그 어떤 근로자도 (임금과 복리 후생 차원에서) 뒤처져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전기차 배터리 업체의 고용을 둘러싼 협상이 얼마나 까다로운 지를 잘 드러내는 공장 중 한 곳은 한국의 LG 에너지솔루션과 GM이 합작 투자한 오하이오주 로드스타운의 얼티움셀(Ultium Cells)이다. UAW는 이 곳에 채용된 1100명의 근로자를 대표하지만 이들은 GM이 직접 고용한 것이 아니라 얼티움 합작법인에 고용돼 있기 때문에 노조가 4년 전 GM과 포드, 스텔란티스와 체결한 기본근로계약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에 UAW는 얼티움 공장의 근로자들을 조직화했며, 이들에게 적용하는 별도의 노동협약을 마련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이같은 작업이 마무리 되더라도 얼티엄에서 만든 근로계약이 자동으로 다른 전기차 배터리 업체의 근로자들에게 적용되지는 않는다. 각 공장은 서로 다른 합작 투자법인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UAW는 각 공장에서 각각 교섭을 진행해야 한다.
현재 자동차 업계의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은 활발하다. 포드는 한국 파트너인 SK온과 함께 2025년부터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에 블루오벌SK라는 합작사를 세우고 3개의 배터리 공장을 마련한다. 또 이와 발대로 미시간주에서 중국 파트너인 CATL과 함께 1개의 공장을 건설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2025년에 삼성SDI와 함께 인디애나에 공장을 설립할 예정입니다. GM은 또한 한국 파트너와 함께 미국 내 배터리 공장 3곳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입니다.
UAW는 얼티움 근로자들이 다른 GM직원들과 동일한 급여와 혜택을 받고, 다른 시설의 노조원이 일자리를 잃은 경우 얼티움 등 배터리 공장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을 추진할 수 있다. 다만 익명을 요청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여러 개의 노동 협약을 추진하기보다 배터리 합작법인의 근로자들도 기존에 GM 등 자동차 업체와 맺은 기본 노동계약의 적용을 받도록 하는 안을 우선 추진한다.
자동차 업체들의 생각은 다르다. GM은 합작 법인은 배터리 생산과 기술에 접근하기 위한 취지의 투자이지 근로자 보상에 관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GM의 글로벌 제조 부문 총괄 부사장 제럴드 존슨은 "배터리와 관련한 지적 재산이 없었기 때문에 합작 투자가 필요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노조와 맺은 기본근로계약을 배터리 합작기업의 공장에도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이라며 "법적으로 가능한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협상에 따라 근로자들은 임금에 극명한 차이가 날 수 있다. 얼티움 근로자는 시간당 16.50달러로 시작해 최대 22달러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자동차 노조 근로자는 시간당 18달러부터 시작해 시간당 32달러까지 일할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이 전기자동차로 전환함에 따라 내연기관 자동차 근로자들은 미래에 일자리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노조입장에서 이번 협상은 더욱 중요하다. UAW 회장 숀 페인은 5월 로드스타운에서 열린 회의에서 근로자들에게 "이는 실존적인 싸움"이라고 말했다. 이 회의에서 UAW는 배터리 노동자들이 더 나은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투쟁에 '올인'하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할 것을 노조원들에게 요청했다.
앞으로 10년 동안 다른 산업에서도 비슷한 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겪고 배터리 기술에서 중국과 한국에 뒤처진 상황에 처하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 기업들이 다른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도록 하는 정책을 제정다.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광물 업체 등이 미국 내에서 더 많은 노동자를 고용할 경우 노동조합과 기업 간에는 더 많은 분쟁이 현실화할 수 있다.
UAW와 자동차 제조업체 간의 협상에 대한 단서가 될 수 있는 역사적 사례는 있다. 1984년 GM과 도요타는 현재 테슬라 공장으로 쓰이는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의 폐쇄된 조립 공장에 합작 회사를 설립한 바 있다. 코넬 대학교의 노동학 교수인 아트 휘튼에 따르면 당시 UAW는 회사와 해당 공장 근로자들을 위한 별도의 근로 계약을 체결했지만 그 안에 담긴 임금과 복리후생 수준은 다른 공장의근로자들과 동일했다.
휘튼 교수는 노조가 올해 세 자동차 회사와의 협상에서 이를 추진할 수 있지만 이 이슈를 기반으로 전국적인 파업을 시작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노조는 자동차 제조업체가 배터리 근로자에게 동일한 임금과 고용 조건을 제공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으로 봤다. 휘튼 교수는 "모든 것이 협상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 제휴>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