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크고 잘 생겨졌다.”
“늘씬한 비율로 기존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모델로 탈바꿈했다.”
미국 유력 자동차 전문지들이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CUV)에 쏟아낸 찬사다. 트랙스 CUV는 쉐보레의 첫 번째 크로스오버로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장점을 녹여낸 기념비적인 모델이다. 늘씬한 비율과 함께 넓고 낮은 차체를 구현해 날렵함과 매끈함이 공존하는 디자인을 완성했다.
제너럴모터스(GM) 한국 사업장이 생산하는 트랙스 CUV는 주요 시장인 북미에서 디자인을 호평받으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까지 5만 대 가까운 누적 수출 대수를 기록하며 3개월 연속 가장 많이 수출된 모델 5위권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다. 흔히 ‘가성비 좋은 차’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디자인 경쟁력 또한 트랙스 CUV의 주요한 매력 포인트로 인정받는 셈이다.
20일 서울 강남 더 하우스 오브 지엠에서 만난 GM의 디자이너들은 시장과 고객의 수요를 면밀히 파악한 덕분에 신형 트랙스의 디자인을 탈바꿈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간담회를 위해 방한한 스튜어트 노리스 GM 해외사업부문 및 중국 디자인 부사장은 “시장을 살펴보며 사람들이 더 크고 실용성 있는 제품을 원한다는 것을 알게됐다”며 “트랙스의 이름을 유지하면서도 고객이 원하는 바를 쉐보레 브랜드에 녹여낼 방법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내장 디자인을 담당한 황보영 디자이너도 “기존 모델에서 완전히 탈피한 디자인을 위해 노력했다”며 “디자인과 기능을 함께 고려해 활용성과 개성을 동시에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트랙스 CUV의 디자인은 글로벌 GM 역량을 한데 모아 탄생했다. GM은 한국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포함해 전 세계에 디자인 센터 4개를 보유하고 있는데 각 거점의 디자이너들은 프로젝트마다 긴밀하게 협력하며 최적의 디자인을 함께 고민한다.
노리스 부사장은 특히 한국 디자인센터의 역량에 높은 점수를 줬다. 그는 “운이 좋게도 한국 디자인 센터에서 6년 간 일했기 때문에 강점을 잘 알고 있다”며 “한국 디자인팀은 트렌드를 잘 이해해 고객과 시장이 원하는 디자인을 정확히 만들어낸다”고 평가했다.
노리스 부사장은 다양성을 갖춘 대도시가 자리하고 인재를 키워낼 인프라가 있다는 점이 한국 디자인센터의 강점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서울은 다양성, 문화, 건축, 디자인이 집약된 메트로폴리탄 시티”라며 “역동적인 도시의 장점을 한국 디자인센터가 잘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홍익대 등에서 좋은 디자이너를 많이 배출하는 점도 창의성과 에너지를 만들어낸다”고 덧붙였다.
디자이너들은 트랙스 CUV가 경쟁이 치열한 SUV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는 건 단지 크로스오버라는 특징 때문만이 아니라고 했다. 트랙스 CUV만의 독특한 장점을 갖춘 점이 흥행의 비결이라는 설명이다.
이화섭 디자이너는 “고객의 선호와 디자이너들이 시도해보고 싶은 디자인 사이에 균형을 잘 찾아 트랙스 CUV의 안정적인 차체를 만들어냈다”며 “고객 입장에선 SUV의 장점을 느끼면서도 개성 넘치는 디자인까지 누릴 수 있다”고 밝혔다.
노리스 부사장 역시 “트랙스 CUV는 훌륭한 비율과 인테리어, 공간감을 고객에 어필하는 데 성공했다. 크로스오버의 장점을 넘어 트랙스 CUV만의 독특한 장점을 갖춘 덕분”이라 덧붙였다.
실제로 GM 디자이너들은 트랙스 CUV만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 차체 색상까지도 차별화하려 했다. 이달 말 고객 인도가 시작되는 피스타치오 카키 색상이 고민의 결과물이다. 김홍기 디자이너는 “초록색은 자동차에 사용하기 굉장히 까다로운 색상”이라며 “부드러운 파스텔톤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검토를 거치며 색상의 출시가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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