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해외칼럼]강대국 인도와 열린 사회의 가치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모디 통치, 포퓰리즘·민족주의로 점철

非진보층 활용해 민주주의 부패시켜

美·인도 관계개선, 강압적 접근보다

민간교류 확대 통해 변화 유도해야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워싱턴을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국빈으로 융숭히 대접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두 나라 관계에 대한 비이성적 기대는 금물이라고 경고한다. 워싱턴포스트의 바르카 더트는 워싱턴의 환대가 제아무리 뜨겁다 해도 인도는 결코 미국의 우방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인도는 철저히 자국의 국익에 초점을 맞춘 외교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뉴델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은 것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최근의 증거로 꼽힌다.

물론 인도도 변하고 있다. 지금 인도의 주된 관심사는 중국의 비상이다. 2020년 히말라야산맥의 국경지역에서 벌어진 양국 군인 간의 집단 난투극은 전략적 위치에 있는 인도의 엘리트 집단뿐 아니라 국민 전체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민 여론이 급속히 바뀌면서 현재 인도인의 상당수는 중국을 적대시한다. 게다가 베이징(중국)은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은 필요할 경우 언제든 병력을 증원할 수 있도록 국경지역의 군사시설을 확충했다. 3년 전의 난투극 이후 인도는 중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거나 아예 영업활동을 금지했으며 화웨이와 틱톡 등 중국 테크놀로지 업체들을 자국 시장에서 퇴출시켰다. 중국발 위협은 인도가 수십년간 미국과 관계 개선을 추구하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했다.

하지만 인도가 강대국으로 떠오르려면 국제 무대에서 국익을 추구하는 데 필요한 넓은 시야의 비전부터 채택해야 한다. 국제 시스템에 대한 인도의 입장을 폭넓게 제시하고 인도가 지닌 자체 아이디어와 이상이 자국이 채택한 입장에 어떻게 작용할지 설명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세계 최대 민주국가인 인도는 룰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존중하고 민주주의 이상에 입각한 외교정책을 채택함으로써 엄청난 소프트파워를 획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외교정책의 기조를 모든 사안에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대다수의 민주주의 국가 역시 이를 선택적으로 적용한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소수계와 언론 및 독립적 기구들을 다루는 모디 행정부의 정책을 비난하는 정치평론가들도 적지 않다. 이들의 비판은 상당 부분 정확하다. 모디 총리 치하에서 인도의 민주주의는 부패했다. 현 상황에서 인도처럼 부패한 민주주주의 국가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는 대단히 어려운 문제다. 모디 총리는 인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고 그가 표방하는 힌두 내셔널리즘 역시 대중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그는 소수계의 권리, 균형과 견제의 원칙을 바탕으로 한 정부의 권력 분점 및 자유 입헌주의를 조롱하는 비진보적 계층을 최대한 활용한다. 그런 면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내셔널리즘과 포퓰리즘에 빠진 이 국가의 지도자들은 과거 수십 년간 나라를 다스렸던 늙고 세속적이며 범세계주의적인 엘리트들과 국민 사이를 이간질한다. 솔직히 말해 일반 대중의 사고와 정서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는 엘리트 집단과 기득권층은 혐오의 대상이 된다.

때때로 필자는 이들 국가가 다원주의·관용·세속주의와 같은 열린 사회의 가치를 서구가 세계를 지배하던 시절의 부산물로 폄훼해 비관용적인 정통 민족주의를 확립하려는 게 아닌지 궁금해진다. 어찌됐든 인권문제와 관련해 모디 총리에게 잔소리를 하는 것은 그와 거래를 할 때 바이든 행정부가 꺼내들어야 할 카드가 결코 아니다. 이런 강압적인 접근은 모디 총리는 물론 인도 국민 전체의 공분을 살 것이다. 인도와 관계 개선을 하기 위한 훨씬 좋은 방법은 현지의 기업과 언론, 비정부기구 및 문화단체들과 협력 등 민간 분야의 교류 확대다. 현지를 방문해보면 인도가 얼마나 강력한 친미성향 국가인지 금방 알 수 있다. 기업은 물론 학생과 학자 등 모두가 미국과 더욱 밀접한 관계를 원한다.

이 같은 국민 대 국민 사이의 교류와 연대는 정부 대 정부 관계를 강화하기 마련이다. 이 경우 미국과 더욱 깊숙이 연결된 인도는 자연스레 완벽한 민주주의를 추구할 것으로 필자는 확신한다. 또한 변화된 인도는 분열을 거듭하는 세계에서 유용하게 쓰일 도덕적 권위를 갖게 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