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장비 전문 기업 필에너지가 코스닥 시장 상장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흥행을 거두며 공모가를 희망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확정했다. 상장일 가격 제한 폭이 최근 완화된 데다 하반기부터 이른바 ‘기업공개(IPO) 뻥튀기 청약’ 봉쇄 조치가 도입되는 여파로 이달에만 13개 회사가 공모주 청약 시장에 뛰어들게 됐다.
필에너지는 지난달 29~30일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상장 공모가를 희망 범위(2만 6300~3만 원) 상단보다 약 13% 높은 3만 4000원에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공모 규모는 올 코스닥 상장 기업 중 최대액인 956억 원이고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3198억 원이다. 일반 청약은 5~6일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006800)을 통해 진행한다. 상장 예정일은 14일이다.
이번 수요예측에는 1955곳의 국내외 기관투자가가 참여해 181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희망 범위 상단가인 3만 원보다 싼 값에 주문을 낸 기관은 한 곳도 없었다. 최종 공모가인 3만 4000원보다 비싼 가격에 주문한 기관도 88.4%(1728곳)에 달했다. 일정 기간 동안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한 기관투자가 비율(의무 확약 비율)은 전체의 59.2%로 올 공모주 가운데 가장 높았다. 확약 기간은 ‘3개월 이상’이 43.6%를 차지했다.
필에너지는 모회사 필옵틱스(161580)가 2020년 2차전지 장비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설립한 곳이다. 삼성SDI(006400)가 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필에너지에 투자하며 지분 20%를 확보한 2대 주주가 됐다. 삼성SDI는 지난해 필에너지 매출의 99.6%를 점유할 정도로 핵심 고객사이기도 하다. 필에너지는 2차전지 조립 공정 필수 설비인 스태킹 장비를 삼성SDI에 독점 공급한다. 필에너지는 1분기에만 매출 730억 원, 영업이익 75억 원을 거둬 올해 연간으로 매출 1898억 원, 영업이익 168억 원의 지난해 실적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투자 업계에서는 필에너지가 일반 청약에서도 흥행에 성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세가 안정적인 데다 상장일 유통 가능 물량까지 27.79%로 낮아 주가 급등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6일 가격 제한 폭 완화 조치에 따라 필에너지의 상장일 주가는 13만 6000원까지 오를 수 있다. 실제로 시큐센(232830)·알멕(354320)·오픈놀(440320) 등 최근 새내기주들은 상장일 장중 3배가 넘는 급등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이달 필에너지를 비롯해 13개 기업이 공모주 청약에 나선 덕분에 IPO 시장이 올 들어 가장 붐빌 것으로 진단했다. 이는 지난해 7월의 9건보다 4건 더 늘어난 수치다. 금융 당국이 이달 이후 상장 관련 증권 신고서를 제출하는 기업에 기관들이 허수로 청약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강화하자 그 전에 서둘러 상장 작업을 마치려는 수요가 몰린 결과다. 업계는 6월 26일부터 상장일 가격 제한 폭이 공모가의 63~260%에서 60~400%로 확대된 점도 새내기주 투자심리를 끌어올린 요인으로 지목했다.
기업별로는 이날 수요예측을 마친 와이랩·센서뷰가 10~11일 청약을 계획하고 있다. 뷰티스킨은 13~14일 청약을 받는다. 17~18일에는 에이엘티·버넥트·파로스아이바이오 등 3개 기업이 동시에 청약에 나선다. 7월 마지막 주에는 올해 코스닥 ‘최대어’로 꼽히는 파두를 포함해 시지트로닉스·틸론·스마트레이더시스템·엠아이큐브솔루션·시큐레터 등 6개 사가 청약을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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