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물가 둔화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달러화가 약세가 나타나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8.2원 내린 1265.8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2월 9일(1260.4원)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원 내린 1268원으로 출발해 장중 하락 폭이 확대됐다. 장중 한때 1260.5원까지 급락하기도 했으나 하락 폭이 축소됐다.
이날도 환율을 움직인 것은 미국 물가 지표다. 6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1%로 2020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일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0%까지 내린 데 이어 생산자물가마저 낮은 수준을 기록하자 시장에선 디스인플레이션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할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가 7월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지만 이후 추가 인상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이에 위험자산 선호가 강화하면서 미국 내 주가가 상승하고 금리가 내리면서 달러화 약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지수(DXY)는 99.77로 2022년 4월 이후 1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달 말 미 연준이 금리를 인상해 한미 금리 역전 폭이 2%포인트까지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으나 달러화 약세 영향이 더 크게 반영되는 상황이다.
향후 유로화, 엔화 등 다른 통화의 강세 전환이 예상되는 만큼 달러화 약세 압력은 커질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연내 두 차례 금리 인상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국채 금리 하라과 위험자산 선호 현상 강화로 이어지면서 달러화 하락을 견인한 것”이라며 “미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횟수가 한 번에 그친다면 다른 주요국 통화정책과 차별화 현상이 해소되면서 달러 약세 압력을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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