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칠 만했습니다. 바람 불 때 플레이하는 걸 좋아합니다.” 거침없는 플레이와 시원한 장타로 ‘돌격 대장’이라 불리는 황유민(20)이 제주의 거친 바람을 뚫고 리더보드 최상단을 꿰찼다. 2개 대회 연속 우승에 한발 더 다가간 것이다.
황유민은 4일 제주시 블랙스톤제주CC(파72)에서 계속된 2023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반기 첫 대회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10억 원) 2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1개로 3언더파 69타를 쳤다. 8홀 연속 파를 적은 뒤 이글을 터뜨리고 또 8홀 연속 파로 넘어간 후 버디로 끝내는 인내의 하루였다. 중간 합계 5언더파 139타의 황유민은 통산 3승의 임진희와 함께 공동 선두를 달렸다.
올 시즌 데뷔한 황유민은 지난달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달성했다. 상반기 마지막 대회였던 에버콜라겐·더시에나 퀸즈크라운은 대상포진으로 불참했다. 이번이 우승 후 첫 출전 대회다. 우승을 포함해 최근 3개 대회에서 모두 톱 10으로 상반기 알짜 활약을 펼쳤던 신인상 포인트 1위의 황유민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신인왕 굳히기에 들어가려 한다.
이날 황유민은 280야드가 넘는 장타를 심심찮게 뿜어댔고 12번 홀(파4)에서는 291야드 드라이버샷을 날리기도 했다. 압권은 전반 마지막인 18번 홀(파5)이었다. 티샷으로 282야드를 날린 뒤 254야드 거리에서 친 두 번째 샷을 핀 3.5m에 붙여 이글을 잡았다. 전날 보기를 범했던 홀에서 터진 이글이라 더 짜릿했다.
본적이 제주도인 황유민은 “바람에 맞서 싸우는 편”이라며 “그린이 까다롭기 때문에 퍼트하기 쉬운 위치를 최대한 잘 찾아가려 노력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공을 낮고 강하게 잘 친다. 이 코스는 바람이 어느 정도 부는 편이라 남은 라운드는 샷 메이킹에 더 집중해서 치겠다”고 말했다.
황유민의 신인왕 경쟁자인 방신실은 9오버파 81타로 무너졌다. 합계 14오버파로 컷 탈락. 황유민보다 더 멀리 치는 ‘슈퍼 장타자’지만 최근 들어 영점이 잘 잡히지 않는 모습이다. 이날 첫 세 홀에서 ‘트리플 보기-더블 보기-더블 보기’를 적는 등 전반 9홀에서만 9타를 잃고 45타를 쳤다.
22개월 만에 국내 대회에 나섰던 세계 랭킹 2위 고진영은 왼쪽 어깨 담 증세로 기권했다. 1라운드를 3오버파로 마친 뒤 이날 경기 중 골프백을 뺐다. 첫날 단독 선두였던 이소영은 2타를 잃어 4언더파 공동 3위로 내려갔고 상금, 대상, 평균 타수 1위를 달리는 박지영은 3오버파로 반환점을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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