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상장사들이 올해 2분기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생산·판매 회복, 엔저(低) 지속 등에 힘입어 높은 이익을 거뒀다. 특히 자동차 업계가 글로벌 공급망이 회복되는 가운데 국내외 판매 호조를 이룬 덕분에 이익 증가 폭이 가장 컸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시장(한국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502곳의 2분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순이익 총액은 8조 3000억 엔(약 75조 9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 늘었다. 이익 증가 폭은 코로나19 팬데믹 대비 기저 효과가 컸던 2021년을 제외하면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기간 제조업 부문의 순이익은 26%, 비제조업은 24% 증가했다.
특히 일본 상장사들의 평균 매출액 대비 당기순이익 비율은 8.6%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2분기(4.8%)와 비교하면 2배 가까이 급증한 수준이다. 닛케이는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상장사 수준인 9.9%에 가깝게 다가섰다”고 평가했다.
제조업 가운데서도 자동차 업계가 호실적을 거두면서 상장사 순이익을 끌어올렸다. 도요타는 올해 2분기 순이익이 1조 3113억 엔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매출 증가와 엔화 약세 효과에 더해 모델 개량에 따른 가격 인상 역시 이익 증가에 한몫했다. 닛산은 미국·일본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늘며 순이익이 1054억 엔으로 2배 넘게 불어났다. 건설장비 기업 고마쓰 역시 북미 지역의 가격 인상에 힘입어 자체 최고 순이익을 기록했다. 비제조업 부문에서는 도쿄디즈니랜드 운영사 오리엔탈랜드가 274억 엔으로 가장 높은 순이익을 올렸다. 상품 판매 호조와 유료 우선권 신설로 고객 단가가 최고 수준을 기록한 영향이 컸다. 일본항공(JAL)·ANA홀딩스·JR동일본 등도 여행객 증가세에 힘입어 이익 회복세를 이어갔다. 일본의 국내 여객 수요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90%를 회복한 상황이다. 후카사와 유지 JR동일본 사장은 “올해 여름에도 (여행객들이) 철도를 많이 이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의 경기 회복 지연 등 불확실성이 큰 만큼 향후 이익 개선세의 유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무라타제작소는 중국의 스마트폰 수요가 침체한 영향으로 이익이 34% 감소했다. 닛케이는 “성장 투자와 주주 환원, 인적 자본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가 필수적”이라며 “수익 증대와 투자 확대, 기업가치 향상의 선순환이 중장기적으로 투자 자금을 유치하는 열쇠”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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