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을 살짝 밑돌면서 9월 금리 동결 전망이 사실상 굳어지고 있다.
10일(현지 시간) 나온 미국의 7월 CPI가 전년 대비 3.2% 상승해 월가 전망치인 3.3%를 0.1%포인트 하회했다. 전월 대비로는 0.2%였다. 에너지와 농산물을 뺀 근원 CPI는 전년 대비 4.7%, 한 달 새 0.2% 올라 예상치와 부합했다.
7월 CPI가 큰 틀에서 전망 수준으로 나오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금리 동결 확률이 확 커졌다. 애나 웡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7월 CPI는 두 달 연속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2% 타깃으로 내려갈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앞으로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월 비 0.2%의 물가 상승은 단순 계산으로 향후 1년간 2.4%의 인플레이션을 뜻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전 현재 9월 금리 동결 가능성은 89%로 하루 새 3%포인트 뛰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월의 인플레이션 냉각이 연준의 금리 인상 중단의 문을 열었다”고 전했다.
지금으로서는 에너지 가격이 변수다. 지난달 초 갤런당 3.54달러였던 미국의 무연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말 3.76달러로 6.2% 올랐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예상한 수준이며 좋은 소식”이라면서도 “승리라고 부를 수는 없고 아직 해야 할 일이 더 많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물가 둔화세가 이어진다면 연준이 다시 금리를 올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구체적으로는 △존 윌리엄스 뉴욕연은 총재의 올해 동결, 내년 인하 가능성 시사 △거주비 인플레이션 내년 하락 전망 △노동시장 서서히 둔화 △내년 대통령 선거 등이 이유다. 연준 안팎에서 해야 할 일이 남았다는 말이 나오지만 지금처럼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정책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금리를 더 올리지 않아도 금융시장은 추가로 긴축된다.
캐시 보스찬치치 네이션와이드뮤추얼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거주비 인플레이션이 올 초부터 둔화해왔고 이는 앞으로 몇 달간 이어질 것”이라며 “이것이 근원 인플레이션에 하락 압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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