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오늘 수면 점수는 53점입니다. 얕은 수면 3시간 7분, REM 수면 1시간 25분, 깊은 수면 31분을 기록했네요. 수면 중 각성시간은 30분입니다.”
병원에서 받은 수면검사 결과가 아니다. LG전자가 최근 출시한 마인드 웰니스(Mind Wellness) 솔루션 '브리즈(brid.zzz)'를 체험하며 매일 받아본 나만의 수면 데이터다.
브리즈는 뇌파를 측정하는 무선 이어셋과 뇌파 조절 유도 콘텐츠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구성돼 있다. 흰 바둑돌과 비슷하게 생긴 무선 이어셋은 통상적으로 판매되는 무선이어폰보다 살짝 큰 사이즈다. 귓바퀴 쪽에 이어팁을 거는 방식으로 착용한다. 1시간 넘게 충전하면 10시간 정도는 너끈히 사용할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처음 실행하면 키와 몸무게, 평소 수면시간과 수면 규칙성, 질병 유무와 운동 빈도 등 생활 데이터를 적도록 돼 있다. 이를 기반으로 브리즈 앱이 안정과 숙면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좌뇌와 우뇌에 각각 들려주는 주파수 차이를 이용해 상황에 맞는 적절한 뇌파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제공하는 서비스는 ‘마인드케어’와 ‘슬립케어’ 총 두 가지다. 우선 슬립케어는 세타파와 델타파를 유도해 깊은 잠이 들도록 도와준다. 주파수 소리와 함께 ASMR, 자장가 등 90여 종의 음원도 제공된다.
기자가 브리즈를 착용하고 수면을 시도했을 땐 주파수 소리가 따로 귀에 들리진 않았다. 다만 ‘캠핑장 자갈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 ‘물가 근처 수풀에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 등 마음이 편해지는 자연의 소리를 은은하게 들으며 잠을 청하니 평소보다 빠르게 잠에 들었다. 처음 브리즈를 착용했을 땐 수면에 들기까지 1시간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는데, 그 다음날에는 입면 시간이 35분까지 줄어들었다.
잠에서 깨고 나면 수면의 질이 어느 정도인지 상세 데이터도 볼 수 있다. 깊은 잠과 얕은 잠, 렘수면의 비율이 표시될 뿐 아니라 어느 시간대에 수면 형태가 바뀌었는지, 어느 쪽으로 주로 돌아 자는지 등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100점 만점에 내 수면이 몇 점 정도인지도 알 수 있다.
병원에 직접 방문해 수십만 원의 비용을 치러야 하는 수면검사의 허들을 조금이나마 낮춰준다는 점에서 유용하게 느껴졌다. 며칠 사용만으로는 눈에 띄는 효과를 내기 어렵겠지만 매일 꾸준히 수면 데이터를 받아보면서 수면 점수를 올려가는 맛도 쏠쏠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점이 없진 않았다. 귀 크기가 다른 이들보다 조금 작은 편이라 브리즈 이어셋 착용감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잘 때는 감각에 익숙해져 거슬림이 없었지만, 기상 후 이어셋을 뺄 때 이물감이 살짝 들기도 했다. 귀 크기별 이어팁이 별도로 동봉되지만 사이즈가 조금 더 세분화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인드케어는 일상생활 중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긴장을 풀고 싶을 때' '잠이 잘 안 오지 않을 때' '새로운 날 찾고 싶을 때 '답답하고 괴로울 때' '불안할 때' '집중호흡치유' '우울하거나 공허할 때' 등 상황별로 나뉘고, 이 안에서도 마음챙김, 호흡치유, 생각비움 등 세 가지 모드를 각각 이용할 수 있다.
이용 시에는 1분부터 10분까지 시간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유독 피곤했던 날에 카페에서 ‘긴장을 풀고 싶을 때, ‘생각비움’ 모드로 3분간 마인드케어를 체험해봤다. 앱 화면에 규칙적으로 호흡을 들이쉬었다가 내뱉으라는 안내가 나오면 이를 따라하는 방식이다.
다만 카페라는 장소 특성상 어느 정도 소음과 시각적 방해요소가 있는 만큼 빠른 시간 내 집중하기가 쉽진 않았다. 집에 돌아와 동일한 모드의 마인드케어를 실행해봤더니 마음이 착 가라앉으며 명상을 한 것 같은 효과를 느낄 수 있었다.
브리즈 출하가는 44만 원이다. 저렴하지만은 않은 가격이다. 다만 매일 ‘나만의 수면검사’를 받으며 수면 질을 높여나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손익계산서를 작성해보면 나쁘지 않은 선택지라고 느껴졌다. 지속적인 불면으로 삶의 질 저하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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