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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개 넘는 빵종류 美 어디에도 없어…'K빵집' 노하우 통했죠"[CEO&STORY]

■대런 팁턴 파리바게뜨 미국법인 CEO

식사·디저트 아우르는 다양한 제품군

쟁반에 담는 셀프구매, 美문화와 맞아

교포 아닌 미국인 상대 '진검승부' 펼쳐

르팽코티디앵 등 거친 25년 외식업통

현지 물류·부동산기업 등과 협업 중요

사진 제공=파리바게뜨




2005년 10월 1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웨스턴 애비뉴에 ‘한국 빵집’ 파리바게뜨가 문을 열었다. SPC그룹 입장에서는 굉장히 공을 들인 미국 1호점이었지만 외부의 시선은 다소 냉소적이었다. 미국 진출은 맞지만 ‘교포 입맛’을 노린 전략은 진정한 의미의 현지 진검 승부가 아니라는 식이었다. 세간의 평가절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SPC는 서부에 이어 동부로 눈을 빠르게 돌렸다. 2006년 뉴저지와 뉴욕에 잇따라 매장을 냈다. 특히 뉴욕에는 뉴요커는 물론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이 수도 없이 오고가는 타임스스퀘어 인근에도 매장을 냈다. 이 같은 노력에도 파리바게뜨의 미국 진출은 ‘보여주기식’이라는 반응이 국내에서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진정한 평가는 현지 소비자들의 몫이었다. 뭔가 다른 한국식 빵에 반한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점점 잦아졌다. 이 같은 추세에 파리바게뜨는 고삐를 바짝 죄었다. 북미 전역으로 매장을 빠르게 늘려갔다. 지난달 말 기준 북미 지역 매장 수는 150개. 올 상반기 기준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미국 진출 18년 만에 이룬 성과다. 연내 추가 오픈 예정인 매장도 60곳이 넘는다.

마침내 안정적 성장 궤도에 오른 파리바게뜨 미국법인의 대런 팁턴 최고경영자(CEO)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식음료(F&B) 경영 전문가인 팁턴 CEO는 코로나 19 발생 직전인 2018년 파리바게뜨 미주사업부 영업총괄 부사장으로 영입된 후 2020년부터는 CEO를 맡아 파리바게뜨 북미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팁턴 CEO는 “샌드위치·바게트·샐러드 등 식사용 베이커리에 특화된 ‘르팽코티디앵(벨기에 제과·레스토랑 체인)’과 달리 파리바게뜨는 케이크와 초콜릿 등 디저트용 베이커리까지 다양한 상품을 구비하고 있다는 점이 경쟁력이라는 판단을 했다”며 파리바게뜨 합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르팽코티디앵의 운영 부사장, 미국의 글로벌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오봉팽 운영 부사장 등 25년 넘게 관련 분야에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팁턴 CEO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의 베이커리 시장은 크게 식사용 빵과 디저트용 빵으로 나뉜다. ‘던킨도너츠’ ‘앤티앤스프레즐’과 같은 기존의 대형 브랜드들은 도넛·프레첼·샌드위치 등 특정 빵 종류로 세분화돼 판매하는 품목이 평균 100종류 이하인 반면 파리바게뜨에서는 300개가 넘는 제품이 판매된다. 그는 “실제 맨해튼 브로드웨이점의 인기 1~5위 품목이 시그니처 브루드 커피, 크루아상, 트위스티드 도넛, 햄치즈 페이스트리, 초콜릿 페이스트리 등으로 소비자들의 선호도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팁턴 CEO는 애초 다양한 상품군을 구비한 덕분에 미국 내에서도 새로운 지역에 진출할 때 카페 공간과 메뉴 스타일에 큰 차이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상품 구색이 가능했던 것으로 한국의 70년 제빵 기술을 꼽았다. 그는 “메뉴에 관해서는 파리바게뜨의 브랜드에 충실하고 일관성을 추구할 계획”이라면서 “한국에서 빵은 전통 음식은 아니지만 70여 년의 제빵 경험으로 원천 제조 기술에 관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본사에서 엄청난 규모의 연구개발(R&D) 인력들이 수시로 미국으로 건너와 미주 법인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마다 다른 인종·문화·분위기 등 지역 특성에 맞춰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기 전 시장조사 등의 과정은 필요하다. 팁턴 CEO는 “대체로 오피스 상권에서는 간편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샌드위치와 커피 제품군의 판매가 압도적으로 높은 반면 주거지에서는 식빵과 디저트류 등도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그는 기본적으로는 한국 본사의 경영 노하우와 제품 등에 큰 방향을 설정하지만 현지 사정과 문화에 정통한 전문가들과 협업하는 현지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조사 과정에서는 자체 개발한 시스템과 외부 파트너와의 협력을 이용한다. 물류 전문가들이 다양한 요소를 접목해 사전 시뮬레이션도 진행한다. 팁턴 CEO는 “이 방식으로 현재까지 진출 지역에서는 모두 성공을 거뒀고 앞으로도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50개 주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표준화된 품질을 유지하고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물류 전문 기업, 부동산 개발 기업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파리바게뜨는 조인트벤처(합작 법인) 설립이 아닌 직접 진출(현지 법인) 방식으로 미국에 진출했기 때문에 이들 기업과 파트너십을 쌓아가는 데 시간이 걸렸다”면서 “현지 기업과 협업을 넓혀가며 사업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는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처음으로 반기 기준 흑자를 달성했다. 2005년 미국 첫 직영점 개점 이후 18년 만이다. 파리바게뜨 미주 사업부는 그간 2021년 2억 원, 지난해 9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를 쌓아왔다.

파리바게뜨는 초기 시장 안착에 중점을 두고 미국 맨해튼 등 핵심 상권에 출점해왔다. 실리콘밸리 인근 지역과 로스앤젤레스·샌디에이고를 아우르는 서부 거점, 뉴욕·뉴저지·보스턴 등을 잇는 동부 거점을 선정하고 주요 도심에 직영점 형태로 진출하며 브랜드를 알리는 데 집중했다. 팁턴 CEO는 결과적으로는 이 같은 전략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팁턴 CEO는 “한국의 경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하고 수도권으로 도심이 집중돼 있는 반면 미국은 동부와 서부, 남부 등 넓은 지역에 도심이 흩어져 있어 거점을 두는 전략이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 미주 사업의 매출액은 2018년 1694억 원에서 지난해 3528억 원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매장 수도 2017년 76개에서 올해 150개로 크게 늘었다.

그는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에서 수학한 경험이 사업 확장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팁턴 CEO는 “하버드 교육 과정에서 배운 기업가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문화·리더십·팀워크”라며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동료와 조직의 신뢰”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신념은 그가 르팽코티디앵 등을 두루 거치며 꾸준히 성장해올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그는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은 ‘C-suite(CEO·CFO 등 직함에 ‘C’가 들어가는 기업의 최고 경영진)’의 여러 업계 리더들과 교류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서비스업계에만 몸담아와 인적 네트워크에 한계가 있었는데 다른 산업군의 리더들을 만나며 통찰력과 인적 자본을 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팁턴 CEO는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사람을 중요시하는 자신의 경영 철학을 파리바게뜨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고 했다. 쟁반과 집게를 이용해 빵을 셀프로 고르는 구매 방식이다. 그는 “한국에서는 이런 방식이 익숙하지만 미국 대부분의 베이커리 매장은 줄을 서서 직원에게 제품을 요청하는 번거로운 방식”이라며 “상품을 넓게 진열해놓고 세세하게 볼 수 있게 하고 네임 태그로 내용물을 파악하며 여유롭게 선택하는 방식이 개인의 취향을 중요시하는 미국 문화와 더 잘 맞아떨어졌다”고 덧붙였다.

파리바게뜨는 북미 시장에서 2030년까지 파리바게뜨 점포 1000개를 개점한다는 목표다. 최근에는 노스캐롤라이나·콜로라도·메릴랜드·워싱턴·미네소타·테네시·하와이 등 신규 지역에도 점포를 확장하고 있다. 중기적으로는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시장도 공략할 계획이다. 팁턴 CEO는 “미국 시장에서 얻은 물류, 부동산 개발 기업과의 협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남미 국가에도 진출할 계획”이라며 “현재 시장조사를 진행하며 협업 파트너를 발굴하는 작업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시장과 사업 환경이 매우 다르고 물류 시스템에 있어서 변수도 있어 매우 신중하게 검토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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