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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불 의심 현장 가보니…91억 밀린 임금, 신고도 못하고 있었다

고용부, 상습 체불 의심 사업장 기획 감독

119곳·건설 현장 12곳서 737건 법 위반

전체 체불, 매년 1조 넘어…올해도 1.4조

‘약한 고리’로 피해 몰리지만, 국회 손 놔





근로자가 상습적으로 임금 체불을 당하고도 사업주로부터 불이익 받을 게 두려워 신고도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악덕 사업주는 ‘벌금만 내면 그만’이라는 그릇된 인식으로 임금 체불을 반복하면서 근로자의 생계를 흔든다. 정부는 임금 체불을 중대 범죄로 여기고 여러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국회는 정부 대책에 대한 입법에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3일 고용노동부가 올 9~11월 상습적이고 고의적인 임금체불 의심업체 119곳과 임금 체불 및 불법 하도급 의심업체 건설 현장 12곳을 기획 감독한 결과 737건의 법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이 곳에서 이뤄진 임금 체불 규모는 91억원에 달한다. 고용부가 실시한 단일 기획 감독 중 최대 체불액 규모다. 고용부는 148건의 법 위반사항에 대해 사법처리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번 감독은 재직근로자의 경우 임금체불 피해가 있어도 사업주에 대한 신고가 어려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실시됐다”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11일부터 임금체불 익명신고센터를 운영하고 현장 근로감독도 확대한다.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고용부 단독 또는 여당과 발의한 임금 체불 대책 법안은 크게 두 가지다. 모두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국회 상황을 보면 21대 국회에서 처리가 불투명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점점 심각해지는 임금 체불 문제를 고려하면 국회가 너무 느긋하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나온다. 임금 체불액은 올해 1~10월에만 1조 4500억 원으로 이미 2021년(1조 3505억 원)과 2022년(1조 3472억 원)을 넘어섰다. 임금 체불 피해자는 매년 20만~30만 명에 이른다.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것은 근로자와 그 가족의 삶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국회에 법안 처리를 당부했다.

우선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올 5월 당정이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6월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다. 상습 체불 사업주를 정의하고 이들에 대한 정부 지원 제한 등 불이익을 더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상습 체불 사업주만 줄여도 임금 체불 문제 해결에 상당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5년간 2회 이상 반복 체불한 사업주는 전체 체불 사업주의 약 30%다. 이들의 체불액 비중도 전체의 80%에 이른다. 법안은 최근 1년 내 근로자 1인당 3개월분 이상 임금을 체불하거나 5회 이상 체불 총액이 3000만 원 이상이면 상습 체불 사업주로 규정했다. 이 사업주는 정부 지원금 혜택이 제한되고 공공 입찰 시 감점 등 불이익을 받으며 신용 제재도 받을 수 있다. 다른 대책인 임금채권보장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고용부가 발의했다. 체불임금에 대해 사업주가 대지급금보다 융자로 해결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렇게 되면 근로자는 체불임금을 종전보다 빨리 받을 수 있다. 대지급금제도는 정부가 임금 체불 피해를 겪은 근로자를 위해 대신 변제하고 변제금을 돌려받는 방식이다.

국회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임금 체불 피해는 우리 사회의 약한 고리인 취약 계층에 집중됐다. 고용부에 따르면 올해 임금 체불액을 사업장별로 조사한 결과 75%는 근로자 30인 미만 사업장이었다. 이는 최근 임금 체불 피해자가 속한 사업장을 파악한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조사 결과와도 일치한다. 게다가 올해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물가로 임금이 올라도 사실상 임금이 삭감된 실질임금 마이너스가 지속되면서 근로자들의 시름이 깊다. 이정식 장관은 “임금체불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며 임금체불 근절 대책 법안에 대한 국회 통과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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