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3%(전월 대비)를 기록하며 4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선 것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급등했던 유가가 진정된 영향이 컸다. 그러나 농산물 물가가 13.6%나 오르는 등 식료품 가격은 잡히지 않고 있어 밥상물가 부담이 여전하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3% 올랐다. 4개월 연속 3%대를 기록했지만 전달(3.8%) 대비 0.5%포인트 꺾였다. 물가 상승세가 주춤했지만 문제는 장바구니 물가는 고공 행진 중이라는 데 있다. 특히 농산물 물가는 1년 전보다 무려 13.6%나 올라 30개월 만에 최고 상승 폭을 기록했다. 신선식품은 12.7%, 전기·가스·수도 가격도 9.6% 오르는 등 전반적인 생활물가는 여전히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4.0% 올랐다. 물가가 꺾였다고 안심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나마 유가가 이번에 1년 전보다 5.1% 내려 10월(-1.3%)보다 하락 폭이 확대된 게 물가 상승세 둔화를 유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상승률도 10월보다 0.2%포인트 내린 3.0%를 기록한 것도 긍정적이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4.3%로 정점을 찍은 뒤 내림세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유가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확전 가능성을 낮게 보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유가가 급반등하지 않는 이상 물가 상승률이 완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다만 긴장의 고삐를 풀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물가 전망 경로상에는 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누적된 비용 압력 영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11월에 시행한 할당관세 물량이 신속히 반입되도록 유도하는 한편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과 수산물 온누리상품권 환급 행사도 예비비를 활용해 연말까지 연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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