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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사모펀드 MBK의 한계와 여망





“공개매수 과정에서 과도하게 투자위험을 낮추려 한 것이 패착이죠. 사모펀드로서 한계라고 봅니다.”

국내 한 대형 투자사 대표는 MBK파트너스가 한국앤컴퍼니(000240)에 대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위한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다 실패한 데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MBK가 사모펀드의 전형적 투자 방식인 ‘하방 안정성’ 조치를 한국앤컴퍼니에도 그대로 적용해 공개매수가 불발로 끝났다는 얘기다.

MBK의 하방 안정성 조치는 조건부 공개매수였다. MBK는 공개매수에 응모하는 주식 수가 매수 예정 최소 수량에 미달하면 한 주도 사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MBK와 손잡은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 등이 보유한 지분을 합쳐 과반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면 공개매수 자체를 없던 일로 하겠다는 의미다.



MBK는 한국앤컴퍼니 M&A의 명분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내세웠지만 주주들은 조건부 공개매수에 진정성을 의심했다. 지분을 반 이상 확보하지 못해도 주요 대주주로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거나 이끌 방법은 많기 때문이다. 행동주의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가 5% 미만의 지분을 갖고도 SBS(034120)의 경쟁력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MBK의 간 보기 투자는 공개매수 실패 과정에서 이례적 현상도 목격하게 했다. 통상 공개매수 실패는 매수자가 제시한 가격 이상으로 주가가 형성될 때 발생한다. 하지만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공개매수 마감일 막판까지 상당 기간 공개매수가를 밑돌았지만 많은 주주가 외면했다. 공개매수에 응해도 MBK가 주식을 사줄지 확신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사모펀드로서 가진 MBK의 태생적 한계를 무조건 비판할 생각은 없다. 국내외 연기금·공제회 등 외부 자금을 운용해 수익을 올려야 하는 사모펀드는 투자 과정에서 위험을 최소화할 책임이 있다. 공개매수를 조건부로 추진하기로 해 MBK는 펀드 출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MBK가 애초에 성공 확률이 낮은 공개매수를 야심 차게 띄워 시장과 투자자를 어리둥절하게 한 측면은 있지만 그 시도마저 폄하할 필요는 없다. 한국앤컴퍼니는 물론 대기업들이 지배구조 문제를 심각하게 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만으로도 의미는 적지 않다. MBK가 공개매수 실패 후 “한국앤컴퍼니의 지배구조가 개선되는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 빈말이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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