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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플랫폼법의 예견된 실패





“아무리 미국이라도 공개되지도 않은 법안에 반대하는 것이 말이 되나요?”

올 1월 미국 정부가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에 대한 우려의 입장문을 한국 측에 전달했다는 정황을 파악하고 관련 부처에 진위를 묻자 되돌아온 답변은 이랬다. 미국 상무부 담당 공무원의 서명이 담긴 문서를 증거로 내세워도, 한 부처의 최고위 관계자가 미국으로부터 직접 입장을 전달받은 사실을 공개해도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한사코 그런 일은 없었다고 답했다. 너무 당당한 태도로 반박하다 보니 다소 당황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담당 부처가 입을 맞춘 듯이 되풀이했던 해명은 금세 거짓말로 들통이 났다. 보도가 나온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미국 상공회의소는 플랫폼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특히 한미고위급경제협의회(SED) 참석을 위해 방한한 호제이 퍼낸데즈 미 국무부 차관은 기자 간담회에서 미국상공회의소를 대변하는 입장을 한국에 이미 전달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플랫폼법에 대해 (미국 기업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피드백을 제공할 시간과 기회를 반드시 갖도록 해달라고 한국에 요청을 해왔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제는 정부 내에서도 말을 바꾸는 모습이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5일 “플랫폼과 관련해 주요 파트너들이 공식·비공식 우려 사항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공정위는 플랫폼법을 기약 없이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법안 발의가 늦어지면 ‘역사의 죄인이 되는 길’이라며 비장한 모습을 보였던 것과 180도 달라진 것이다. 대통령실과 여당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미국발 통상 갈등은 예상을 못 했다. 총선을 앞두고 추진하기에는 부담이 된다는 공감대가 확고해 법안은 사실상 용도 폐기가 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역사에 남겨야 할 만큼 중요한 법안이었다면 신속한 발의보다는 투명한 소통이 우선이어야 한다. 정부 입장에서는 업계 반발에 통상 이슈까지 불거지면 입법 동력이 크게 훼손된다고 걱정했을 법하다. 하지만 그럴수록 국내외 안팎에서 제기되는 우려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내용을 마련하기 위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거짓말은 늘 결말이 좋지 않은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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