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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문화의 산물이자 모두의 것…'NFT아트'로 함께 누려야" [2025 서울포럼 픽셀앤페인트]

■ 웨이양 싱가포르 코뮤지엄 설립자 인터뷰

◇한계 내몰린 전통 미술·박물관

위압적 분위기로 대중참여 낮아

비싼 작품값에 구입여력도 부족

◇공동소유로 '부의 쏠림' 해결

주권있는 소유가 '웹3'의 첫 가치

블록체인 가능성을 미술시장 대입

◇미술사 새 장을 열 디지털 아트

이정재·비 등 참여 공동소유 확장

실체적 예술담론 만들 존재 될 것

차우 웨이 양 싱가포르 코 뮤지엄 설립자 /사진제공 코뮤지엄




“명화와 걸작의 소유주는 상위 1%의 자산가입니다. 나머지 99%는 미술품의 존재도 모르거나 그중 극히 일부를 구경할 뿐이죠. NFT 아트는 99%의 대중이 참여해 누구나 예술의 소유권을 가질 수 있게 합니다.”

가상자산 투자자이며 아시아 미술 시장의 큰손 컬렉터로 부상하고 있는 차우 웨이 양(사진) 싱가포르 코뮤지엄(Co-Museum) 설립자는 1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웨이 양은 2021년 미술품 소유권 확대를 목표로 한 NFT 아트 전용 미술관 ‘코뮤지엄’을 설립했다.

NFT 아트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예술 작품이다. 대체 불가능한 고유식별(NFT)을 통해 소유권과 진위를 인증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2021년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의 작품 ‘매일:첫 5000일’이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817억 원(6930만 달러·수수료 별도)에 낙찰되고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Bored Ape Yacht Club·BAYC)’이 출시한 NFT 컬렉션에 저스틴 비버, 스눕 독 등 유명 인사들이 참여하면서 NFT 아트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바로 이 때 웨이 양은 코뮤지엄 설립을 구상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 환경인 ‘웹3’는 단순한 기술 집합이 아닙니다. 그것은 소유권과 공동체의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죠. 저는 2016년부터 블록체인 분야에 뛰어들었습니다. 지금처럼 그 가능성이 가시화하기 전의 일이죠.”

그가 웹3에서 발견한 첫 번째 가치는 ‘주권 있는 소유’다. 정부나 금융기관의 개입 없이 자산의 진정한 소유자가 누구인지를 명확히 증명할 수 있는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미술 시장에 대입했다. 그 이면에는 고가 미술품 수장고 사업을 했던 가족적 배경이 있다. 미국의 금괴 보관소 포트녹스에 빗대어 ‘아시아의 포트녹스’라 불리는 싱가포르의 고가 미술품과 안전 수장고 ‘르프리포트(Le Freeport)’의 공동 창업자 중 한 사람이 웨이 양의 부친이다.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과 연결되는 ‘르프리포트’는 미술품, 조각, 가구, 보석, 빈티지 자동차, 와인 등 귀중품의 보관과 거래가 이뤄지는 곳이다. ‘르프리포트 싱가포르’는 2022년 중국의 가상자산 억만장자 지한 우에게 매각됐지만 웨이 양은 미술품 보관·관리 사업 부문의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르프리포트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부터 파블로 피카소, 마크 로스코와 사이 트웜블리까지 걸작이라 불리는 시대의 명화들을 봤습니다. 처음에는 감탄했지만 나중에 깨달았습니다. 이 예술 작품들은 모두 상자 속에 있고 아무도 그것들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요. 일부 소유주들만이 그 존재를 알 뿐이죠. 그 점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예술은 문화의 산물이고 문화는 동시대인 모두의 것으로 함께 누릴 수 있어야 하니까요.”

웨이 양은 NFT가 일으킨 기술적 전환의 본질은 ‘토큰화’ 자체가 아니라 ‘소유’라는 개념을 다시 쓰는 데 있다고 말한다. 그는 “비트코인은 탈중앙화된 자산으로 어떤 정부도 통제할 수 없다”며 “예술도 마찬가지이건만 인류는 오랫동안 예술과 문화를 만들어 왔음에도 진정으로 소유한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1%가 독점했던 예술의 소유 구조에 99%의 사람들을 참여하게 만드는’ 그의 철학을 실천하는 장치가 바로 코뮤지엄이다. 소유권 분할을 통해 ‘공동소유’하는 방식이지만 흔히 가상자산 투자에 등장하는 “싼값에 사서 비싸게 파는 투기적 토큰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공동체의 힘입니다. 애플이나 테슬라의 기업가치도 마찬가지예요. 창립자의 비전이 브랜드를 만들고 그 브랜드를 믿고 추종하는 공동체가 가치를 키워갑니다. 예술도 그렇게 작동할 수 있습니다. NFT 아트를 다루는 코뮤지엄은 예술 작품을 쪼개고 분할하는 게 아니라 소유를 확장해 가치를 확대하는 것입니다.”



코뮤지엄의 수집품은 자산 기반 수집품(ABCs)이다. 예술을 패션·주얼리 등과 결합해 물리적 가치와 예술의 상징성을 동시에 반영한다. 2023년에는 이더리움 기반의 웹3 프로젝트 아주키(Azuki)와 협업해 24K 황금 스케이트보드를 NFT 형태로 분할했고 아시아 미술 시장의 큰손인 홍콩 뉴월드개발의 애드리안 청이 운영하는 K11미술관에서 실물을 전시했다. 지난해에는 한국계 디자이너 윤안이 있는 앰부쉬(AMBUSH)와 협업했고 최근에는 영국의 팝아트 작가 필립 콜버트와 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작품은 단순한 굿즈나 리미티드 에디션이 아닌 ‘실제 미술관 전시작의 상징과 실체를 공유하는 수집품’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전통적인 미술관과 박물관은 두 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하나는 엘리트적이고 위압적인 분위기로 인한 대중의 낮은 참여입니다. 사람들이 어렵게 느낀다는 거죠. 그러다 보니 미술관들은 몰입형 전시나 디지털 전시를 시도합니다. 그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죠. 또 하나, 예술 작품이 너무 비싸고 박물관들은 구입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코뮤지엄은 이것에 대한 해법을 NFT 아트를 이용해 제시하고 있습니다.”

웨이 양은 코뮤지엄의 중요한 축으로 코 컬렉터(Co-Collector)의 역할을 강조했다.

“랍스터 캐릭터로 유명한 필립 콜버트의 8m 높이의 거대한 스테인리스 조각상에 공동 소장자들의 이름을 새김으로써 ‘코 컬렉터’는 영원히 작품의 일부가 됩니다. 컬렉터는 예술품을 투자로서만 구매하지 않습니다. 멋질 뿐만 아니라 감성적 가치를 지니고 자신이 공동소유자라는 자부심을 느끼기 때문에 구입합니다. 코뮤지엄의 벽면에 새겨진 코 컬렉터의 이름들은 예술품을 다시 ‘우리의 것’으로 되돌리는 상징적 장치입니다.”

아시아 예술계를 대표하는 주요 MZ 컬렉터 중 하나인 웨이 양은 한국과도 인연을 맺는 중이다. ‘오징어게임’의 배우 이정재, 한류스타 가수 비, 2NE1의 산다라박 등이 공동 소장자로 이름을 올렸다.

“셀러브리티인 이들은 각자 분야의 문화 리더들입니다. NFT 아트의 새로운 소장 방식, 공동 소장과 소유의 확장이 ‘예술은 모두의 것’이라는 서사를 완성해가도록 함께 ‘문화 운동’을 전개해 가는 동반자들입니다.”

NFT 아트를 비롯한 디지털 아트가 미술사의 새로운 장을 쓰게 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웨이 양은 “더 큰 그림을 그리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새로운 예술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더 실체적이고 접근 가능한 예술 담론을 만드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이달 28일 서울 중구 호텔신라에서 열리는 서울포럼의 특별 포럼인 ‘픽셀 앤 페인트(PIXEL & PAINT)’의 주제 토론 ‘기술을 이용한 예술 장르의 확장’에 패널로 참여한다. 신혜린 고려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미디어 아티스트인 노진아 경희대 교수, 인공지능(AI) 기술을 탑재해 그림을 그리는 로봇 시스템 ‘프리다’ 개발자인 오혜진 카네기멜런대 교수가 함께하는 토론에서 웨이 양은 NFT 아트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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