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오래 살게 되면 무릎이나 심장·간 같은 장기도 점점 낡게 됩니다. 언젠가 부품처럼 교체해 쓰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죠.”
심진형 티앤알바이오팹 최고기술책임자(CTO)는 2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간 수명이 늘어나면서 장기를 고쳐 쓰는 재생의료에 대한 필요성도 커지고 있으며 이르면 5년 안에 3차원(3D) 프린팅으로 장기 이식에 성공한 사례가 나올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티앤알바이오팹은 2013년 심 CTO와 윤원수 대표, 조동우 포항공대(포스텍) 교수 등 연구진이 함께 창업한 바이오 스타트업이다. 기계공학 기반의 정밀 제어 기술과 조직공학 기술을 토대로 설립된 이 회사는 3D 바이오프린터 하드웨어를 자체 설계·제조한다. 세포·바이오잉크·프린팅 공정까지 아우르는 전 주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성과는 두개골, 연골, 인공 피부 등 구조체의 실질적 상용화다. 티앤알바이오팹이 개발한 생분해성 고분자 기반의 구조체는 환자 컴퓨터단층촬영(CT)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 설계돼 체내에서 서서히 녹으며 실제 조직과 융합된다. 이 기술은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및 유럽 CE 인증을 받았다.
2023년에는 서울성모병원과 함께 세계 최초로 세포가 포함된 3D 프린팅 인공 기도(트라키아)를 실제 환자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해 의료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구조체는 몸에 넣었을 때 면역 거부 반응이 적고 주변 조직이 잘 자라며 재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까지 수행해냈다.
심 CTO는 “티앤알바이오팹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공 장기를 생산해내는 기업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조직 구조체를 넘어 실제 이식이 가능한 고기능 인공 장기를 개발하는 것이 회사의 방향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인공 장기는 두 가지 용도로 나뉘어 활용될 수 있다. 하나는 오가노이드 형태로 체외에서 배양돼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모델이며 다른 하나는 손상된 장기의 일부를 대체하거나 기능을 보완하는 세포 치료제 형태의 인공 장기다. 심 CTO는 “예컨대 만성 심부전이나 간 기능 이상 환자에게 프린팅된 조직 패치를 이식해 손상 부위를 재생시키는 방식은 이미 상당 부분 구현 가능하다”며 “앞으로 60세가 되면 무릎을 프린트해서 교체하고 70세에는 심장 일부를 보강해 쓰며 80세에는 간 기능을 일부 복원해 살아가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인공 장기를 실제 환자에게 적용하려면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야 할 뿐 아니라 법적·제도적 검증 과정을 하나하나 통과해야 한다. 2023년의 인공 기도 이식 사례의 경우 상용화가 아닌 연구자 임상 단계에서 이뤄진 단일 시술을 위해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수십억 원의 비용이 들었다. 심 CTO는 “각 재료와 세포의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한 비임상·동물실험이 반복적으로 이뤄졌는데 만약 정식 임상과 상용화로 이어지려면 그 몇 배의 예산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 같은 수준의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은 전 세계에서도 손에 꼽히며 민간 기업이 단독으로 감당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또 “기술적으로는 충분한 가능성이 입증되고 있지만 이를 실제 의료 현장에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공공 투자와 제도적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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