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천재소녀’로 불렸던 리디아 고(28·하나금융그룹)는 2022년 말 결혼 후 많은 부분에서 변화했다. “남편을 만나서 제 삶에 골프 외에도 다른 게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고 했었다. “인생을 골프 말고 다른 시점으로도 볼 수 있게 됐다”고도 했다.
골프를 바라보는 시점도 유연해졌다. 리디아 고는 29일 밤(한국 시간) 개막한 제80회 US 여자오픈을 앞두고 “여기 오기 전 유튜브 채널 몇 개를 보면서 콘텐츠 속의 그들이 어떻게 플레이했는지 지켜봤다. 코스가 어떤 특징을 지녔는지도 파악했다”고 말했다. 투어 선수의 경기 영상이 아니라 골프 인플루언서(브라이언 브로스)의 콘텐츠를 통해 최고 메이저 대회를 준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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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클래스 선수들은 엔터테인먼트 성격이 강한 골프 유튜버의 콘텐츠보다는 주로 경기 영상을 돌려보는 용도로 유튜브를 활용한다. ‘커리어 그랜드슬래머’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순수한 경기 영상만 확인하는 편이다. 유튜브 업로드가 목적인 콘텐츠를 보는 것보다는 대회 3·4라운드 영상을 보는 게 훨씬 낫다”고 밝히기도 했다.
리디아 고에게 유튜브 골프의 세계를 안내한 것은 남편 정준씨다. 리디아 고는 “남편이 알려줘 유튜브를 보기 시작했다”며 “저처럼 유튜브 콘텐츠 시청으로 이 대회를 준비한 선수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저한테는 코스를 알아가는 데 좋은 방법이었다”고 했다.
올해 US 여자오픈 개최지는 위스콘신주 에린힐스(파72·6835야드)다. 2017년 US 오픈 남자 대회가 열렸던 곳. 당시 브룩스 켑카(미국)가 16언더파로 우승했다. “어렵지만 재밌는 코스”라고 평가한 리디아 고는 커리어 그랜드슬램 기대에 대해 “달성한다면 황홀하겠지만 그렇다 해도 저라는 사람의 성질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여자 골프는 5개 메이저 중 4개 우승이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으로 쳐준다. 3개 메이저에서 우승해놓은 리디아 고는 “작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명예의 전당 입성과 파리 올림픽 금메달이 제 안의 수갑을 풀어준 듯하다. 압박과 기대를 내려놓고 더 자유롭고 즐겁게 경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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