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이 인도네시아를 찾아 배터리 사업 육성 의지를 강조하면서 미래 성장 기회를 모색했다. 2월 인도 방문에 이어 세계 최대의 잠재 시장으로 불리는 국가를 순차적으로 찾아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려는 구 회장의 행보가 눈에 띈다.
9일 LG그룹에 따르면 구 회장은 이달 초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현대자동차그룹이 합작해 설립한 'HLI그린파워'의 전기차 배터리셀 생산라인을 살펴봤다.
‘HLI그린파워’는 인도네시아 카라왕 신산업단지에 설립한 배터리셀 공장이다. 총 32만㎡ 부지에서 전기차 15만 대가량에 탑재할 수 있는 연간 1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셀을 생산할 수 있다. 이 공장은 지난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양산을 시작해 공장 가동 4개월 만에 96% 이상의 수율을 기록하는 등 협력 성과를 거뒀다.
구 대표는 이곳에서 전극공정·조립공정·활성화공정 등 배터리 셀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LG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수 있도록 집중해 줄 것을 임직원에게 당부했다. 또 HLI그린파워에서 생산된 배터리셀에 “미래 모빌리티의 심장이 되길 기원합니다”라고 적었다.
LG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고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욱 철저하게 ‘포스트 캐즘’을 준비하겠다는 구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구 회장은 인도네시아에서 LG전자(066570) 찌비뚱 생산·연구개발(R&D) 법인과 현지 가전 유통매장을 찾아 공급망 전반의 경쟁력도 점검했다.
LG전자는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 서부에 위치한 찌비뚱에서 TV·모니터·사이니지 등을, 자카르타 북서쪽 땅그랑에서 냉장고·에어컨 등을 생산하고 있다. 2023년에는 찌비뚱 공장 인근에 R&D법인을 신설해 현지 완결형 체제를 구축하고 동남아 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구 회장은 찌비뚱 생산·R&D법인에서 TV 무인화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LG전자의 경쟁력과 가능성을 점검했다.
또 그는 자카르타에 위치한 LG전자 판매법인에서 국가별 사업의 운영 방향과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 이어 현지 유통 매장인 일렉트릭 시티를 방문해 LG전자 제품 판매현황도 꼼꼼하게 살폈다. 구 회장은 “현재 격화되고 있는 경쟁 상황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5년 뒤에는 어떤 준비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어떤 선택과 집중을 해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전략 마련에 힘써 달라”고 말했다.
이번에 구 회장이 방문한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 8000만 명으로 동남아시아 1위, 세계 4위이며 동남아 최대 잠재 시장이다. 또한 배터리 핵심 광물인 니켈 매장량 및 채굴량이 세계 1위로 동남아 지역 전기차의 전략적 거점으로 손꼽히고 있다.
LG는 1990년 LG전자가 인도네시아에 첫 발을 내디딘 후, LG이노텍, LG CNS, LG에너지솔루션 등이 진출해 현재 총 10개의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LG 관계자는 “구 회장이 2월에 인도를 방문한 후 연달아 인도네시아를 찾은 것은 소비나 생산은 물론 R&D에서도 잠재력이 크고, 글로벌 지경학적 변화 속에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미래 잠재시장에서 성장의 기회를 찾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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