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아이스크림이 전 세계 입맛을 사로잡으며 K열풍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폭염이 예고돼 아이스크림 수출액이 사상 첫 1억 달러를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9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 들어 1월부터 4월까지 아이스크림 수출액은 4361만 달러(약 600억 원)를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K아이스크림의 연간 수출은 1억 3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수출액은 9841만 달러였다. K아이스크림 수출은 2020년 6067만 달러에서 2021년 7242만 달러, 2022년 7760만 달러, 2023년 9310만 달러 등 해마다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이스크림 수출을 이끄는 대표 주자는 빙그레다. 지난해 국내 아이스크림 업계는 전 세계 60개국에 총 3억 8000만 개를 수출했는데 이중 절반에 가까운 약 1억 8000만 개가 빙그레의 ‘메로나’였다. 국내에서 멜론맛이 주력인 메로나는 해외에서는 딸기, 망고, 코코넛 등 취향을 반영한 다양한 맛으로 현지화를 추진 중이다. 특히 빙그레는 유럽연합(EU)의 유제품 수출 제한에 대응해 식물성 원료로 만든 식물성 메로나를 앞세워 유럽은 물론 북미, 호주 등 주요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특히 붕어빵 싸만코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힘입어 빙그레는 올해 1분기 아이스크림 분야에서만 264억 원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전체 매출의 약 19%에 달하는 수치다. 업계에서는 빙그레의 연간 아이스크림 수출이 올해 처음으로 10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빙그레와 함께 국내 빙과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롯데웰푸드도 티코, 조크박, 찰떡아이스, 설레임, 빵빠레 등 대표 브랜드를 앞세워 미국, 중국, 필리핀, 대만 등으로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수출액은 264억 원으로 2년 사이 약 30% 증가했다.
양사는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법인 설립과 직접생산 체제 구축을 통해 글로벌 빙과 시장에서 한국 아이스크림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향후 5년간 전 세계적으로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예고되면서 한국 빙과업체들의 해외 시장 확대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글로벌 아이스크림 시장은 지난해 약 800억 달러(108조 원)에서 2032년 약 1300억 달러(약 176조 원)까지 꾸준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은 2015년 2조 원을 넘어섰으나 2018년부터 연평균 6% 이상 감소하고 있다.
특히 롯데웰푸드는 인도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인도에서는 40도 안팎의 폭염이 이어지면서 롯데웰푸드 현지법인의 빙과 매출이 전년 대비 30% 넘게 급증했다. 회사는 2017년 인수한 현지 빙과업체 하브모어에 약 700억 원을 추가 투자해 생산 설비를 확충하고 최근 가동에 들어갔다. 빙그레는 대부분의 아이스크림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지만 일부 제품을 미국 OEM 공장을 통해 생산하는 등 현지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빙과업체들의 주요 소비층이었던 어린이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당 함량 기피 등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성인 소비도 크게 줄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전 세계적인 폭염과 K콘텐츠 인기를 계기로 아이스크림 업계가 수출 확대의 모멘텀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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