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가들이 한 달 만에 삼성전자(005930) 등 반도체 종목을 다시 사들이고 있다. 공급 부족과 수요 확대에 따른 D램 가격 상승과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성장세가 실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를 각 8620억 원, 1조 1797억 원씩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에는 SK하이닉스를 1조 4759억 원어치 사들인 반면 삼성전자 1조 2778억 원가량을 정리했다.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반도체 매수를 늘린 이유는 올해 반도체 업황의 호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씨티그룹은 올해 2분기 D램 가격이 직전 분기 대비 5%가량 올랐다고 분석했다. 이는 예상치(2%) 보다 3%포인트 높은 수치다. 씨티그룹은 D램 가격에 대해 3분기에도 5%, 4분기에도 3%가량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추세대로면 D램 가격은 지난해 대비 약 14% 오르게 된다. 관세 여파로 인한 재고 확보와 중국의 내수 소비 진작을 위한 ‘이구환신(以舊換新·소비재의 신제품 교체)’ 정책으로 수요가 늘었다. 일부 중국 업체는 감산에 들어가면서 D램 가격이 인상된 것으로 분석된다.
씨티그룹은 인공지능(AI) 수요 증가에 따라 HBM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씨티그룹은 “HBM은 일반 D램 대비 6배의 가격으로 70%의 높은 마진율을 보인다”며 “삼성전자의 HBM 시장 본격 진입은 내년 상반기 이후”라고 전망했다.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 입어 최근 주가는 강세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13일에 전 거래일 대비 1200원(2.02%) 하락한 5만 8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직전 거래일에는 주가가 소폭 내렸지만 이달 들어서는 5만 6200원에서 5만 8300원까지 3.74% 올랐다. SK하이닉스는 13일에 전 거래일과 같은 가격(23만 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이달 들어 20만 4500원에서 23만 5500원으로 15.16%나 급증했다.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앞서 나가 있는 만큼 투자 자금이 더욱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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