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금을 맡기면 만기 때 금 실물과 운용 수익을 돌려주는 ‘하나골드신탁(운용)’ 상품을 다음 달 출시한다. 외환위기 당시 국민들의 ‘금 모으기 운동’에서 착안한 상품으로 지난달 하나금융이 업계에서 처음으로 내놓은 ‘금 실물 신탁’의 후속작이다. 고객은 장롱 속에 보관해오던 금을 굴려 이익을 얻고 시장은 실물 공급 확대로 거래가 활발해지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7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트로이온스당 2717달러였던 금 가격은 이달 들어 3300달러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6개월여 만에 23%가량 치솟은 셈이다.
하나은행이 준비 중인 ‘하나골드신탁(운용)’은 막연한 가격 상승 기대감에 금 실물을 집안에 보유하는 고객을 겨냥했다. 이 상품은 고객이 갖고 있는 금을 팔지 않고 특정 기간 동안 은행에 맡기는 형태로 △분실·보관 부담 감소 △안정적인 운용을 통한 수익 △만기에 금 실물 수령 등 1석 3조의 효과가 있다. 국민들의 순금(24K) 보유량이 약 800톤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당 상품 이용 시 안정적으로 추가 수익이 가능하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하나은행은 당초 하반기 중 출시하려고 했지만 시점을 앞당겨 다음 달 내놓기로 했다. 하나은행의 관계자는 “금은 오랜 기간 동안 안전자산이자 투자자산으로 인식돼왔지만 국내 금 실물 보유자 대부분이 장롱 속에 금을 두고 있을 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며 “이 상품은 고객 입장에서 수익이 없었던 금을 운용해 이익을 만들어 드리고 금 실물의 선순환 구조를 유도해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 내부적으로도 이번 상품에 대한 고민과 기대가 크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을 비롯한 최고위 경영진이 관심을 갖고 상품 개발을 독려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하나골드신탁(운용)’은 외환위기의 경험이 반영됐다. 당시 국민들은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빌린 외화를 갚기 위해 갖고 있던 금을 꺼내 나랏빚 갚기에 나섰다. 약 351만 명의 국민들이 227톤가량의 금을 내놓았다. 하나은행의 한 관계자는 “국가 위기 상황을 극복하게 해줬던 신뢰의 상징이자 안전자산인 금을 보다 안전하게 보관하고 필요할 때는 운용해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상품”이라며 “신탁이라는 방식으로 금 실물 활용법에 대한 실마리를 풀게 됐다”고 전했다.
고객들의 관심도 높다. ‘하나골드신탁(운용)’ 출시를 앞두고 시범 운영하고 있는 ‘금 실물 신탁’의 경우 하루 평균 약 30건의 상담이 몰리고 있다. ‘금 실물 신탁’은 고객이 보유하고 있는 금을 한국금거래소와 손잡고 합리적인 가격에 안정적으로 팔아주는 상품이다. 고객이 하나은행과 신탁계약 체결 후 금 실물을 맡기면 금거래소 디지털에셋 모바일 웹페이지를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감정을 거쳐 처분할 수 있다. 이호성 하나은행장은 이와 관련해 “금 실물 유통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금 거래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하나은행 서초금융센터와 영업1부에서 취급하고 있는데 30~50대 직장인부터 고액 자산가 등 다양한 계층과 연령대에서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하나은행은 ‘하나골드신탁(운용)’ 출시와 함께 ‘금 실물 신탁’ 역시 순차적으로 전 영업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의 관계자는 “금 실물 신탁 서비스는 금 실물도 운용 가능한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전통적인 신탁의 명가인 하나은행만의 강점이 반영된 결과”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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