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뱀을 봤다는 시민들의 목격담이 잇따르고 있다. 기후 변화뿐만 아니라 산이나 하천 등 녹지 주변에 도심이 조성되면서 뱀 출연 빈도 역시 높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4일 소방에 따르면 서울 광진소방서는 지난 10일 오후 10시26분께 광진구 뚝섬한강공원 일대에서 “뱀이 있는 것 같다”는 내용의 신고를 접수했다. 소방 당국은 신고 직후 현장으로 출동했으나 현장에서 뱀을 발견하지 못해 포획은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청에 따르면 뱀 포획을 위해 구급 출동한 건수는 2022년 하락세를 보였으나 이듬해 두 배 가까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1만5795건으로 집계됐다. 뱀물림 사고로 구급대가 출동한 건수도 △2022년 777건 △2023년 864건 △2024년 901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뱀은 외부 환경에 따라 체온을 변화시키는 변온동물로, 체온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기온이 낮은 겨울철엔 동면에 들다 고온다습한 여름철에 주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에 뱀물림 사고 역시 기온이 본격적으로 상승하는 6월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7∼9월에 집중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근 여름이 앞당겨지고 열대야 기간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뱀의 활동 또한 더욱 왕성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산과 하천 등 뱀 서식지와 근접한 곳에 신도시가 건설돼 도심에서 뱀 출몰이 잦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방청의 ‘2022년 뱀물림 사고 분석 결과’에 따르면 뱀물림 사고는 밭(33.8%)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고, 집(17.2%), 도로(8.2%), 산(6.1%), 작업장(3.9%)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뱀은 주로 산속에만 있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생활 반경 내에서도 쉽게 마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에는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 일대에서 독사로 추정되는 뱀이 나타났다는 글이 올라왔다. 같은 달 강원 양양의 한 호텔에선 국제 멸종위기종 ‘볼파이톤’이 발견됐고, 부산 금정구 온천천 산책로에서도 뱀이 출몰해 소방당국이 출동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독성 없는 뱀이 서식하고 있지만 종종 유혈목이 등 독사도 모습을 드러내는 만큼 뱀물림 사고에 대한 예방과 주의가 요구된다. 이에 따라 논밭, 산 등 뱀 출몰 예상 지역을 방문할 때는 긴바지, 긴팔 등을 착용해야 하며 만약 뱀에 물렸다면 즉시 멀리 떨어져 안전을 확보한 후 119에 신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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