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를 향해 관세 카드를 활용한 휴전 압박에 나서면서 러시아 내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외교적 ‘패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현지시간) 러시아 고위층 일부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에서 지나치게 많은 것을 요구한 탓에,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고 불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푸틴을 향해 휴전 압박을 가해왔으나, 러시아는 오히려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며 휴전 협상에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해왔다.
이에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3일 푸틴과의 통화에 대해 “매우 실망스러웠다”고 언급했고, 지난 14일에는 러시아에 100%에 가까운 관세를 예고하며 전면적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크렘린궁은 겉으로는 “이전에 겪어본 일”이라며 평정심을 유지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 내부에서는 경제 충격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WP는 전했다.
한 러시아 당국자는 WP에 “경제는 명백한 신용 위기와 경기침체로 향하고 있는데, 정치권은 여전히 전쟁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기업인과 경제인들은 대화를 원하지만, 군과 외교관들은 끝까지 밀어붙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의 고강도 전시 전략에 대한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이미 러시아 경제는 서방의 제재에 고전하고 있는데 푸틴의 과도한 전쟁 비용 지출로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트럼프의 추가 제재까지 더해지면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물가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20%까지 인상하는 초강수를 뒀는데 이는 내부적으로도 경제 위기 후폭풍을 키운 결정으로 지목되고 있다.
카네기재단의 타티야나 스타노바야 러시아유라시아센터 선임연구원은 "푸틴이 전쟁을 멈출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화가 난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면서 "푸틴의 고집과 비이성 때문에 기회의 순간이 날아갔다는 생각에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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