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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북극항로 개발 어렵다"…입법처도 '경제성 부족' 지적

野 강명구 의원 질의에 회답

러 통행 허가없인 개발 못하는데

우크라 지지에 외교관계 급속 악화

"항만 부족·11월~3월 운항 제약"

거점 조성 등 놓고 "신중히 검토"

주무부처 해수부서도 사업성 의문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2018년 7월 9번째 북극 연구항해를 위해 인천항을 출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적인 해양·해운 공약인 북극항로 개발 사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국회 싱크탱크인 입법조사처에서 나왔다. 정부가 해양수산부를 급히 부산으로 옮기는 주요 배경으로 ‘북극항로 시대’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사업성·현실성이 제대로 담보되지 않은 설익은 공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입법조사처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실에 최근 제출한 ‘북극항로 활성화 고려 사항’ 질의 회답서에서 “북극항로 개발에 대비해 대규모 인프라 개발 사업을 시행하는 것은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북극항로는 우리나라에서 북극해를 지나 유럽까지 갈 수 있는 항로다. 수에즈운하를 경유하는 현재 항로보다 거리가 5000㎞ 이상 짧아 물류비를 크게 단축할 수 있지만 북극해 전체가 일 년 내내 두껍게 얼어붙어 있어 활용이 어려웠다. 하지만 쇄빙 기술 발전과 함께 지구온난화로 해빙이 줄면서 향후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13년부터 총 5차례 북극항로 시범 운항을 실시했으며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북극항로 진출 거점을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이 대통령 공약집에는 그 일환으로 △해수부 부산 이전 △북극항로 활성화 △북극항로 안전 운항 기술, 항만 인프라 개발 △국제적 협력 네트워크 구축 추진 등이 담겼다.

문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북극항로 개발을 둘러싼 변수가 커졌다는 점이다. 북극항로 구축과 같은 북극해 개발 사업은 국제사회 협약보다는 러시아를 필두로 한 북극해 연안 국가들의 자국법에 영향을 받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대러 제재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김진수 국회 입법조사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일본·영국·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의 대러 경제 제재로 인해 러시아의 북극항로 개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며 러시아와 외교 관계가 악화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리나라도 대러 제재에 참여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러시아 북극항로 개발 사업 참여는 중단된 상태다.



김 조사관은 “러시아 영해를 상당 부분 통과하는 북동항로를 개발해야 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러시아의 통행 허가가 북극항로 이용의 선제 조건”이라며 “그런데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감수하며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통해 북극항로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CJ대한통운이 2015년 7~9월 한국 기업 중 최초로 북극해를 거치는 상업 운행에 성공했지만 이 과정에서 영국인 엔지니어들이 러시아 정부로부터 야말반도 비자를 발급받지 못해 중간에 항해를 포기하는 일이 발생한 바 있다. 그만큼 북극항로 개발을 위해서는 러시아와의 외교 협력이 필수지만 대러 제재 불참을 감수하며 러시아와 당장 긴밀한 협의를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양국 관계는 북한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으로 더욱 경색된 상황이다.

개발 사업 추진 시 대규모 재정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사업성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김 조사관은 “해상 상품 무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컨테이너선은 4~5군데의 기항지가 있어야 상업항으로서 가치가 있는데 현재 북극항로는 정박을 위한 항만 설비가 부족하다”며 “11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는 바다가 얼어 경제성을 담보하기도 어려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북극항로 개발 공약을 둘러싼 우려는 해양·해운 산업 주무 부처인 해수부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북극항로를 내세워 해수부를 부산으로 내려보낸 만큼 대통령 임기 내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개발 사업에 차질을 빚을 만한 외부 변수는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국제 관계가 변할 경우 곧바로 진출이 가능하도록 물류 거점을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북극항로 개발 사업은 현실성·사업성이 떨어져 시간을 두고 면밀히 검토해야 하는 사업”이라며 “제대로 된 공약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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