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과학기술자상’ 7월 수상자로 선정된 남원우 이화여자대학교 나노과학부 교수는 공기 중에 있는 산소를 활성화해 생체내 여러 필수기능을 가능케 해주는 산소화 효소의 역할 및 화학반응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이를 통해 생명현상 이해 및 생체 반응을 ‘모방’하는 인공 생체시스템 개발, 그리고 이를 이용한 산업적 촉매와 신약 개발 등을 앞당긴 공로를 받고 있다.
산소화 효소는 효소의 한 종류로 공기중의 산소와 반응, 생체활동에 필수적인 작용을 하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효소는 생명활동에서 ‘촉매’ 작용을 하는 체내 단백질이다. 인체 내에는 수십만 종의 효소가 있고 각 효소마다 작용하는 화학반응이 정해져 있다. 숨을 쉬거나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등 우리 인체 내에서 일어나는 생리활동은 많은 부분 화학반응으로 이뤄진다.
체내에도 화학반응의 속도를 빠르게 해주는 촉매가 존재한다. 다만 실험실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에는 금속이나 약품 같은 화학물질이 쓰이는 반면 체내 화학반응에 사용되는 촉매는 대부분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이 바로 효소다.
특정 효소가 영향을 미치는 물질을 ‘기질’이라고 한다. 기질이 효소를 만나면 효소-기질 복합체를 형성한다. 효소-기질 복합체는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형태가 조금씩 변한다. 이들을 ‘중간체’라고 하는 데 각 단계의 중간체마다 화학반응 하는 역할이 다르다.
하지만 중간체의 형태나 기능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다. ‘눈깜짝할 사이’라는 표현대로 효소가 작용을 시작해서 화학반응이 완전히 이뤄질 때까지 중간체는 극히 짧은 시간 동안만 존재하기 때문에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남 교수는 효소의 화학반응 메커니즘 규명에 필수적인 이런 중간체 획득이 생체 내에서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고 체외인 실험실에서 만들어내기로 했다. 이는 수 많은 시행착오를 요구했다. 연구팀은 반응물질과 생성물질, 주변환경 등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중간체가 어떤 형태일 것이라고 예상으로 이를 화합적으로 합성했다. 이렇게 만든 가상 중간체를 시험관 내에서 체내 환경과 비슷한 조건을 만들어 주고 실제 체내에서와 같은 반응을 일으키는지 일일이 확인했다. 이러한 방법으로 알아낸 것이 지난 2003년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사이토크롬P450’이라는 산소화 효소의 중간체의 구조 및 메커니즘이다. 최근에는 ‘철 효소’의 중간체 모델도 만드는 등 연구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남 교수가 산소화 효소에 주목한 이유는 이것이 인체 내에서 맡는 역할 때문이다. 생명현상과 직접 관계되는 산소와 반응할 뿐만 아니라 난치병 치료에도 관계하는 것이 산소화 효소다.
체내에서 생긴 노폐물을 땀이나 소변으로 체외로 방출하기 위해서는 물에 녹지 않는 지방성분인 노폐물을 물에 녹는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 따라서 지방 성분의 노폐물을 수용성으로 바꾸는 화학반응이 체내에서 일어나야 한다. 이 화학 반응에 관여하는 효소가 바로 산소화 효소이다. 또한 산소화 효소는 산소를 활성화시켜 에너지를 생성하거나 노화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화학반응에도 관여한다. 남성 호르몬을 여성 호르몬으로 변형시키는 데도 중요한 작용을 한다.
산소화 효소는 아직 많은 연구를 필요로 한다. 산소화 효소를 생명체가 아닌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실제 만들기 위해서는 산소화 효소가 진행하는 화학반응 및 중간체에 대한 연구가 보다 충실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산소화 효소의 기능 및 중간체 구조를 정확히 밝혀내면 그 효소가 관여하는 화학반응의 전체 전개과정를 이해할 수 있으며 이를 응용해서 효소와 똑 같은 작용을 하는 인공 효소를 연구 실험실에서도 만들 수 있게 된다. 인체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모방하는 이들 인공 효소는 생체 내에서 필요로 하는 화학물질을 대량 생산하거나 산업체에서 신약을 개발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 최수문 서울경제기자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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