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차기 전차인 ‘XK-2 흑표’.
최근 시제 차량이 공개된 흑표는 화력과 기동력, 방어력에서 세계 최고의 성능을 자랑한다. 새로 개발된 신기술과 발표된 제원 대로라면 ‘세계 최강’이라는 표현이 모자랄 정도다.
흑표는 한 마디로 현존하는 첨단기술을 집약한 전차다. 각국 전차들의 장점만을 취합하고, 최신기술을 모두 모아 놓았다. 현존 전차중에 는 비교대상이 없다.
K1과 K1A1 전차의 단점이었던 확장성과 개량 가능성도 갖췄다. 남은 문제는 신뢰성 확보. 실전 배치와 부대 운용을 통해 예상했던 성능이 그대로 발휘되면 당분간 흑표는 가장 강력한 기동무기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편집자 註
공격력
장포신에 신형 포탄까지
공수주(攻守走). 전차의 성능을 평가하는 3가지 기준이다. 야구와 비슷하다. 흑표는 공격력과 방어력, 기동력 세 가지 부문에서 모두 최신기술을 동원했다.
먼저 공격력부터 살펴보자. 외형상 흑표의 최대 표식점의 하나는 장포신. 전차포가 길다는 얘기인데, 55구경장 120㎜ 전차포를 갖췄다.
구경장이란 포의 지름과 포신 길이의 비율. 즉 55구경장이라 함은 포신의 길이가 포의 지름 120㎜의 55배라는 뜻이다.
K1A1을 비롯한 서방국가 3세대 전차의 표준격인 44구경장 120㎜ 포의 길이가 5.28m인데 비해 흑표의 전차포는 6.6m에 이른다. 포가 길면 같은 포탄을 사용해도 위력이 증가한다. 권총보다 소총의 사정거리가 긴 것과 같은 이치다.
흑표는 장포신 덕에 다른 나라의 최신형 전차보다 관통력이 30% 이상 증가하고, 유효사거리도 4㎞에서 5㎞로 늘어났다.
흑표의 장포신 제작업체는 위아(WIA옛 기아특수강). 위아와 국방과학연구소(ADD)는 독일에서 55구경장 포를 수입해 수많은 실험을 거쳐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장포신의 기술적 난점은 휨과 진동. 길이가 길어지고 무게가 늘어나 자체 무게에 의해 휘어질 가능성도 높고 기동 중에 진동도 심해져 정확한 사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자체 연구와 스위스 기술을 도입해 해결했다.
일본이 90식 전차를 개발할 당시 미쓰비스중공업에서 생산한 전차포의 성능이 떨어지자 국산화를 포기하고 독일 라인멘탈사 제품을 면허 생산했을 만큼 포신 제작 기술 자체가 어렵다. 이 같은 점에서 보면 장구경 포신의 국산화는 흑표가 이룩한 쾌거중의 하나다.
흑표는 여기에 ‘텅스텐 중합금 관통자’(국내 개발 신형 포탄)라는 또 하나의 무기를 갖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가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이 포탄은 텅스텐을 재료로 쓰면서도 미국과 러시아 등이 사용 중인 열화우라늄탄에 버금가는 위력을 갖고 있다.
열화우라늄탄의 방사능 문제로 고민 중인 미국이 관련기술 제공을 요청할 만큼 성능이 뛰어나다.
신형 포탄 중에는 미사일의 기능이 포함돼 있어 헬리콥터나 장갑이 약한 전차의 상부를 공격할 수 있는 탄종도 포함돼 있다. 이처럼 장포신과 신형 포탄의 결합은 흑표의 공격력을 배가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흑표의 공격력에는 또 다른 세 가지 최신기술이 들어 있다. 화력제어장치와 자동장전장치, 동적포구감지기가 그 것.
목표물을 탐지하고 위험도를 분석하며, 적당한 탄종을 골라 포탄을 발사하는 화력제어장치는 주야간과 정지·이동에 관계없이 명중률을 높여준다.
열영상장치와 레이저거리측정기에 목표 추적프로그램까지 달려 있다. 목표추적프로그램은 건물 뒤로 숨은 적 전차가 다시 나타나는 시간과 각도를 예상해 노출과 동시에 자동으로 포격할 수 있는 장치. 일본과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3번째로 개발했다.
1,000억원대의 예산을 투입해 개발한 프랑스와 달리 우리는 수 억 원으로 개발한 피아식별장치도 달려 있어 아군에 대한 공격은 물론 아군으로부터의 오인사격도 방지할 수 있다.
자동장전장치는 승무원을 3명으로 줄여준 공신. 장전수가 필요 없다. 무게가 늘어나고 길이도 길어진 신형 포탄을 분당 최대 12발의 속도로 발사할 수 있게 해준다. 탄약 탑재량도 K1A1의 32발에서 40발로 늘어나 휴행탄수 부족의 문제도 풀렸다.
동적포구감지기는 포신의 흔들림을 측정하다 포구가 목표물과 일치하는 순간에 포탄을 발사하는 시스템. 레이저송수신장치와 포신 끝의 레이저반사거울 등으로 구성돼 기동 중에 포신이 흔들려도 정확한 사격을 가능하게 해준다.
3세대 전차포가 일반 소총이라면 이 시스템이 달린 흑표의 전차포는 전문 저격용으로 비유할 수 있다.
화력제어와 사격관제시스템은 K1 전차 시리즈도 세계 최상품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우수한 사격통제장치는 한국 전차의 전통으로 자리 잡게 됐다.
주한미군과의 합동훈련에서 M1A1보다 월등하게 높은 이동간 사격 명중률을 보여온 K1 전차보다 훨씬 진보된 시스템을 장착한 흑표의 이동간 사격 명중률은 비교 대상이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군 전차 변천사
한 마디로 격세지감이다. 6.25 동란 당시 북한의 소련제 T34 전차에 유린당했던 기억을 갖고 있는 육군은 이제 세계 최강의 전차를 보유하게 됐다.
한국군에 전차부대가 처음 편성된 것은 동란 말기인 1951년. 미국의 2차대전 장비인 M36 구축전차(전차 차체에 대전차포를 단 형식)로 전차중대를 편성한 게 시초다.
이어서 M4셔면, M41경전차, M47, M48를 수입하며 전력을 다져온 한국군은 1977년 구형 M48을 당시 미국의 일선급 전차인 M60에 버금가는 전차로 개조한다.
미국은 한국의 독자적인 전차 생산을 꺼렸지만 독일제 레오파드1 면허 생산을 추진하자 부랴부랴 설계기술을 제공, 한국은 K1 전차를 생산하기에 이른다.
세계 최상급의 공격력, 방어력, 기동력을 갖춘 흑표는 안보는 물론 수출을 통한 외화 획득이라는 경제적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첨단무기다.
K1 1,027대와 화력 강화형인 K1A1(2010년까지 484대 생산 예정)을 생산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국은 흑표를 탄생시켰다.
전차에 대한 설계 개념과 기술이 전무한 상황에서 불과 30여년 만에 흑표 같은 톱 클래스의 전차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기적으로 불릴 만큼 대단한 업적이다.
세계최강으로 알려진 미국 M1A1전차. 흑표는 이 전차는 물론 세계 어떤 전차보다 월등한 성능을 자랑한다.
전차의 세대 구분
흑표전차는 4세대 전차일까. 아니다. 국산 전차의 뛰어난 성능에 흥분한 나머지 4세대 급이라고 평가하지만 4세대 전차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4세대 급 전차의 일반적인 예상 스펙은 주포 구경 140㎜ 이상, 자동 장전장치, 출력 2,000마력 이상 엔진 탑재형. 기술이 더 발달한다면 무인 포탑에 전열화학포나 레일건을 갖춘 미래형이 4세대 급을 대체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세대 구분은 어떻게 하는가. 2차대전 이후 등장한 주력 전차 중에 1세대는 주포 90~100㎜, 망원렌즈에 의한 육안조준, 단일 장갑(주로 경사장갑), 원시적 사격통제장치를 갖춘 전차. M48 시리즈나 T55가 해당된다.
2세대는 구경 105~115㎜, 복합장갑, 탄도계산기, 야간투시경, 700~900 마력 엔진을 탑재한 형이다. M60 시리즈와 T72, 독일제 레오파드 1, 이스라엘의 메르카바 1ㆍ2등이 2세대 전차 군이다.
3세대는 주로 80년대 이후 개발된 전차로 주포 120~125㎜, 특수 복합장갑, 1,200~1,500 마력 엔진을 갖추고 있다. 레오파드 2를 시작으로 M1A1, T80, T90, 르끌레르, 챌린저2, 메르카바 3?4, 일본의 90식 전차에 이에 속한다. 한국의 K1A1도 3세대 전차다.
애매한 것은 K1 전차. 사격통제장치와 출력, 방어력 등은 분명 3세대 전차지만 주포가 105㎜이어서 2세대 최종 전차로 분류된다. 신형 흑표는 3세대 후반 또는 3.5세대 전차로 구분되지만 사격통제장치와 방어시스템 만큼은 4세대 급으로 볼 수 있다. 그만큼 우수하다는 얘기다.
방어력
미사일 요격도 가능
외형으로만 본다면 흑표의 방어력은 K1A1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우선 중량이 비슷하다. 중량이 55톤이어서 65톤을 상회하는 서방 전차들에 비해 가벼운 만큼 두터운 철판을 두를 여지가 거의 없다.
그러나 흑표는 K1A1에 비해 전면 방어력은 1.85배, 측면장갑의 방어력은 두께가 훨씬 얇아졌음에도 같으며, 후면은 1.5배 정도의 성능을 발휘한다. 새로운 모듈식 장갑이라는 장갑기술과 복합재료가 들어간 덕이다.
모듈식 장갑은 차체나 포탑의 구조변경 없이 탈착이 가능한 장갑. 피탄시 손상부분을 쉽게 교체하고 미래에 신형장갑이 나왔을 때 교환이 쉽다. 장갑두께가 가장 얇은 포탑 상부에는 반응장갑이 장착돼 탑어택 방식(상부공격형)의 대전차 미사일에 대처할 수 있다.
반응장갑은 화약이 담긴 상자형 장갑으로 피탄시 반응장갑에 담긴 화약이 폭발해 적이 발사한 미사일이나 포탄의 폭발력을 분산시킬 수 있다.
이스라엘이 처음 선보인 반응장갑에는 수많은 발전형이 존재하는 데, 흑표는 능동형 반응장갑은 물론 스커트(궤도 방어판) 부문에는 폭발성이 아닌 비활성 반응장갑을 장착할 예정이다.
장갑을 활용하는 직접적 방어 방식 외에 회피형 기술도 진일보했다. 당장 흑표의 실전 배치와 함께 활용될 회피기술은 연막탄. 단순히 시야를 가리는 연막탄이 아니라 지능형이다. 포탑 전면에 장착된 2기의 고정식 6연발 연막탄 발사기에서는 적의 레이저파가 감지될 경우 차체 전면 약 200m를 커버할 수 있는 연막탄을 발사 한다.
포탑 상부 후방에 장비된 회전식 8연발 연막탄 발사기는 적의 대전차 미사일이 날아오는 방향을 자동 감지, 접근 방향에 차폐 막을 형성해준다. 각기 연막탄은 연소하면서 적 미사일의 자동추적장치(시커)를 혼란시키는 물질까지 뿜어 낼 수 있다.
흑표 방어력의 하일라이트는 능동방어시스템. 외형상 가장 큰 식별점인 포탑 전면 좌우측에 달린 위협탐지레이더가 핵심이다. 이 레이더는 대전차 미사일을 3㎞ 밖에서 탐지해 거리와 방향, 도달시간, 주변의 풍속과 풍향, 온도, 습도 등을 감안해 가장 효과적인 방어 위치에 연막탄을 발사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연막탄으로 차체를 가린 후 격렬한 기동으로 미사일을 피한다는 게 현 상태의 방어전술이다. 이 역시 최신기술이지만 2015년경에는 새로운 차원의 방어체계가 적용될 예정이다.
위협탐지레이더와 대응탄 발사기가 결합된 능동방어시스템이 완성되면 흑표는 요격탄을 발사해 날아오는 미사일을 떨어뜨릴 수 있다. 능동방어시스템은 전면 뿐 아니라 측면 180도 범위를 탐색할 수 있어 모든 방향으로부터 발사되는 대전차 미사일의 방어가 가능하다.
다만 러시아와 기술협력을 통해 개발 중인 이 시스템은 최신기술 중의 최신기술이어서 2010년 흑표가 배치된 이후 창 정비나 개량형 생산단계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기동력
초강력 엔진 국산화
수심 4.1m의 강을 건널 수 있는 잠수도하 기술은 흑표의 기동력 중 극히 일부분이다.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기동력에도 신기술이 대거 들어갔다.
일단 차체는 외형상 K1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개발비를 줄이기 위해 K1의 차체를 기본으로 삼았기 때문으로 보이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다. K1 시리즈와 외형상 식별이 가능한 부분은 두 가지. 궤도와 궤도이탈방지링의 존재 여부다.
우선 K1과 K1A1 전차의 기동륜(차체 후방의 톱니바퀴)을 감싸고 있던 궤도(케터필러)이탈방지 링이 흑표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궤도이탈은 일선 전투부대의 K1 시리즈에 대한 불만 1순위였다. 고속기동이나 진흙지역, 모래언덕, 강가 등에서의 과격한 기동시 궤도가 이탈하는 경우가 많았던 탓이다.
흑표는 별도의 방지링을 달지 않았음에도 궤도가 이탈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케터필러의 팽팽함을 자동으로 유지시켜 주는 장치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동적궤도장력조절기(DTTSDynamic Track Tensioning System)로 불리는 이 장치는 어떤 경우에서든 궤도의 장력을 유지해준다. 뿐만 아니라 최적의 장력을 자동으로 조절해 현수장치의 수명도 연장해 준다.
궤도 역시 K1 시리즈의 ‘역(逆) 팔(八)자형’ 궤도에서 미군 M1 전차가 사용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K1 시리즈가 채용한 궤도는 싱글핀 싱글블록 방식이지만 흑표는 더블핀 더블블록 방식을 사용했다. 후자는 전자에 비해 운용 수명이 늘어나고 지뢰에 대한 저항력도 강한 편이다.
K1 시리즈에도 한동안 독일제 더블핀 더블블록 방식의 궤도가 사용됐지만 단점인 미끄러짐과 궤도 이탈 현상이 심해지고 궤도 중량 역시 무겁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 때문에 그 동안 구형을 사용했지만 이번에 변경된 것이다.
특히 국방과학연구소는 궤도를 탄소섬유 곱합제로 제작하는 방안을 연구과제로 진행하고 있어 개량형 흑표는 궤도 중량이 줄고 수명도 훨씬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궤도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소모품이다. K1 시리즈 궤도의 핀 하나 가격이 20만원, 양쪽 궤도의 핀 가격만 3,120만원에 이른다. 흑표는 이런 비용을 절감시켜줄 것으로 보인다.)
전차의 심장인 엔진도 강력하다. 1,500마력으로 K1 시리즈의 1,200마력보다 힘은 세어진 반면 크기는 줄어들었다. 톤당 출력이 27.27 마력에 달해 고기동성이 기대된다.
용적이 줄어든 만큼 보조 발전기 등 다른 장비를 내부에 실을 수 있는 공간도 커졌다. 국방과학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시제품 3대에는 독일 MTU사의 883모델이 장착됐지만, 두산인프라코어가 국산 엔진을 개발할 예정이다. 개발이 순조로워 양산 시점에 맞추기에는 무리가 없다고 전해진다.
국산 엔진의 특징은 디젤 연료를 직접 분사하는 ‘커먼레일’ 방식. 최근 출고되는 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의 디젤엔진과 원리가 비슷하다. 변속기는 S&T중공업(구 통일중공업)이 맡아 전자화자동제어방식의 신형을 선보일 예정이다.
K1 시리즈와 K-9 자주포, 세계 유수의 전차에서 신뢰성을 입증 받은 MTU사의 엔진을 마다하고 국산 개발을 강행하는 것은 획득과 유지보수비용이 싼데다 수출할 경우 기술 소유권 분쟁을 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테크윈이 터키에 K-9 자주포를 수출할 때도 엔진의 기술 소유권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적도 있다.
흑표의 기동력을 보장하는 숨은 비밀은 현수장치에 있다. 현수장치란 한 마디로 충격흡수 장비. 비포장도로는 물론 험난한 지형을 기동할 때 진동을 흡수하는 장치다. 전차의 현가장치는 단순한 스프링에서 자동차에 들어가는 토션바, 유기압식으로 발전단계를 밟아 왔는데 K1 시리즈에는 진보된 기술의 하나인 유기압식 현가장치가 들어 있다.
흑표에 장착될 현가장치는 비싸지만 현용 전차 중 최고급품이라는 유기압식의 성능을 훨씬 초과하는 암 내장형(ISUIn-arm Suspension Unit) 시스템이다. 세계 최초로 실용화하는 ISU 시스템은 성능 뿐 아니라 가볍고 견고하다는 장점이 있다.
더욱이 흑표용 ISU의 첫 번째 보기륜에는 지형의 형상을 감지하는 센서가 달려 있어 지형의 충격에 대비해 스스로 각도를 조절한다. 울퉁불퉁한 지형을 사뿐히 달리는 비밀이 여기에 있다.
우수한 현가장치 뿐 아니라 흑표의 승무원 좌석에는 공기쿠션을 사용하는 완충장치까지 있어 승차감 개선과 전차병의 피로를 크게 감소시켜준다. 승차감은 승무원의 전투에 대한 자신감을 배가시키는 것은 물론 이동 사격시 명중률 향상에도 효과가 있다.
미래 기갑 전력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국은 세계적인 전차 강국이다. 1세대 초기형인 M47 전차를 현역으로 유지하는 몇 안되는 국가이면서도 신형 전차를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K1 전차를 3세대 급 초기형으로 본다면 3세대 급 전차를 1,000대 이상 보유한 국가는 아시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흑표가 본격적으로 실전 배치되면 우리의 기갑 전력은 배증된다. 북한은 거의 상대가 못된다. 육군의 사단수 축소와 함께 흑표의 본격 생산이 진행되면 우리나라는 주포 구경이 90㎜인 구형전차들을 완전히 현역에서 밀어내고 첨단 기동군으로 변화하게 된다.
생산량에 대해서는 280대 설에서 560대, 680대, 1,000여대 이상까지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몇 대가 생산되든 우선 배치될 부대는 6개 기계화보병사단과 3개 기갑여단(1개 기갑여단은 러시아제 T80 편제)이 될 전망이다.
전망과 과제
신뢰성 확보가 관건
국산무기가 개발될 때마다 세계 최신예 또는 최강으로 과대 포장해온 탓에 ‘세계 최강전차, 흑표’라는 수식어가 실감나지 않지만 이번에 우리 손으로 만든 전차는 분명 세계 최고 수준이 분명하다. ’오히려 신기술이 너무 많이 들어가 검증되지 않은 부작용이 나올까 걱정될 정도다.
남은 과제는 신뢰성 확보에 있다. 신기술의 신뢰성도 중요하지만 부품 하나하나의 정밀함과 견고함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지난 1994년 스웨덴의 차기 주력전차 선정 당시 사례는 전차의 신뢰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출품된 전차 중에 가장 앞선 시스템을 자랑했던 프랑스의 르끌레르는 경쟁 우위를 자신했지만 혹한 테스트에서 유기압 현수장치가 파손돼 경쟁에 밀려났다.
결국 스웨덴은 기계와 전자장비가 견고하고 신뢰성을 갖춘 레오파드 2A5형을 최종 선택했다.
이보다 한해 전인 1993년 르끌레르는 아랍에미레이트의 차기 전차로 선정됐지만 엔진은 자국산을 떼어내고 독일제인 MTU사의 833을 달아야 했다. 발주자가 독일제 엔진을 신뢰했기 때문이다.
성능개량 계획이 동반될 필요도 있다. 흑표가 배치될 즈음이면 세계 각국도 신형이나 기존 전차의 차대를 이용한 개량형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쟁 우위를 지켜 나가려면 미래형 전차의 주류로 자리 잡을 무인포탑형 전차와 전열화학포, 레일건 등에 대한 연구개발 및 투자가 진행돼야 할 시점이다.
흑표의 개발과 양산배치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국방력 강화는 물론 국민경제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 정밀가공과 시험용역 등 관련기술이 발달하고, 수입대체 효과와 수출증대도 기대된다. 당장 터키에서는 1,000대 주문론이 일고 있다.
생산이 늘어나면 가격 경쟁력도 높아져 보다 많은 전차를 육군에 배치할 수도 있고, 특히 차차기 무인포탑형 전차 개발비용도 확보할 수 있다.
과연 흑표가 가져다 줄 효과를 누릴 수 있느냐 여부는 우리하기에 달렸다. 흑표 시제품의 공개는 우리가 공동으로 쫓아가야 할 목표, 가능성이 아주 큰 목표를 제시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논쟁: 한국-일본, 터키-그리스
흑표는 각국의 군사 마니아들을 흥분시키며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흑표는 프랑스 르끌레르 전차의 복사판'이라며 시샘하는 일본의 군사 오따쿠(마니아)들에 한국 네티즌들은 ‘일본의 90식 전차야말로 독일 레오파드2의 쌍둥이’라고 맞서고 있다. 실제로 90식과 레오파드1은 외관상 거의 차이가 없다.
터키와 그리스에서도 인테넷 설전이 한창이다. 터키가 흑표 수입 또는 면허(라이센스) 생산에 관심을 보이자 그리스인들이 발끈했다.
‘식민지였으며 50년 전에 터키보다 못살던 한국에서 무기를 수입하는 게 부끄럽지 않느냐’는 그리스의 공박에 터키는 ‘그리스보다 한창 늦게 생긴 나라인 독일에서 레오파드2 전차를 수입하는 것은 부끄럽지 않냐. 흑표는 대단한 전차다. 그리스는 죽었다 깨도 한국 발꿈치에도 못 따라 간다’며 맞서고 있다.
눈여겨 볼 대목은 터키가 흑표를 들여갈 경우 앙숙인 양국은 세계 최고의 전차들로 맞서게 된다는 점. 그리스가 보유한 독일제 레오파드 2의 최종 개량형인 A6형과 터키의 흑표간 맞대결이 펼쳐질지 주목된다.
도움말 주신분 _ 국방과학연구소 김의환 개발부장
강원석 개발 2팀장
로템 기술연구소 권정원 이사
밀리터리 리뷰 황재연 군사전문기자
권홍우 서울경제 편집위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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