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배설물을 정밀 조사해 유전적 특징 등을 찾는다.
과학 분야에서 가장 최악으로 꼽히는 직업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파퓰러사이언스는 독성물질 전문 잠수부, 코끼리 정관 절제사, 학습용 시체 표본 준비자, 고래 배설물 연구원 등 2007년 최악의 직업 리스트 10개를 선정했다.
“어이! 갈색 얼룩이 보인다!” 이런 외침을 듣기 갈망하는 선원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보스톤 뉴잉글랜드 수족관의 수석연구원인 로잘린 롤랜드에게는 더할 수 없이 아름답게 들린다.
롤랜드는 몇몇 운 좋은(?) 연구 조교들과 더불어 멸종 위기에 처한 북대서양의 참고래를 찾아 노바스코샤의 펀디 만을 샅샅이 조사한다.
그녀가 고래의 대변을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배설물을 통해 고래에 관해 얼마나 많은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아주 놀랄 정도에요.”
그녀는 최근 참고래에 관해 지금까지 알려진 것 중에 가장 완벽한 연구를 담은 책을 출판했다. “임신 테스트, 호르몬과 생물 독소치 측정, 유전적 특징 등을 조사할 수 있고 심지어 어떤 고래의 배설물인지조차 구별할 수 있지요.”
롤랜드는 지난 1999년부터 고래 배설물 연구 분야를 개척했다. 지난 2003년 그녀는 망망대해에서 무작정 고래를 추적하다보니 수집한 고래 배설물의 표본 수가 적어 매우 실망했다.
그래서 1.6km 떨어진 곳에서도 고래 배설물을 감지할 수 있는 냄새 탐지견들을 데리고 다니기로 했다.
탐지견들이 짖으면 보트의 방향을 돌려 ‘갈색의 황금’을 찾아 나선다. 대변은 대개 배설 후 한 시간 가량 물 위에 떠다니는데, 보트가 배설물에 접근하면 고래가 섭취한 플랑크톤 종류에 따라 밝은 오렌지색일 때도 있고 기름투성이일 때도 있다.
롤랜드와 그녀의 연구 조교들은 맞춤 제작한 그물로 최대한 많은 양을 퍼 올리기 시작한다.
그 후에 샘플을 플라스틱 병에 넣어 얼음 속에 보관 한다 (가장 큰 배설물 덩어리는 0.5kg이 약간 넘는다).
그 샘플들은 북미 전역의 다른 과학자들에게도 보내진다. “말 그대로 참고래 배설물 벌판에 있는 것 같더군요.” 그녀는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 몇 년간 다른 고래 연구자들도 롤랜드의 방법을 택했다. 호주 남극을 탐사하는 닉 게일즈는 현재 멸종위기에 처한 긴 흰수염 고래를 찾아 남부의 대양을 항해한다.
그 과정에서 게일즈는 예기치 않은 과학적 업적을 이루게 됐다. 밍크 고래를 추적할 때 그의 팀이 배부른 고래가 지금 막 배설한 것으로 보이는, 거대하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멋진 기포가 마치 거대한 해파리처럼 고래 뒤를 따라가고 있는 것을 촬영한 것이다.
“우리는 촬영 후에 배의 이물에서 멀찍이 물러났습니다. 냄새가 아주 심했거든요”라며 그는 당시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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