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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주권(主權)을 지켜라

국내 풍력발전사업 대부분 외국자본에 종속돼 있어
발전수익은 물론 탄소배출권 확보와 국내 풍력발전산업 생존에 빨간 불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바람에 대한 주권(主權)이 사라지고 있다. 최근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풍력발전사업 대부분이 외국자본에 종속돼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모두 놓치고 있는 것.
실제 국내에서 추진된 대표적인 풍력발전사업인 강원도 대관령과 경북 영덕뿐만 아니라 지난달 사업 승인을 받은 경북 영양까지 모두 외국자본에 종속된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풍력발전 전기료에 대한 차액보전 뿐만 아니라 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 사업을 통한 탄소배출권(CER)도 외국자본에 넘겨주게 됐다. 특히 외국자본 주도로 사업이 추진됨에 따라 국산 풍력발전기 사용을 배제하는 등의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발전 수익 외국자본에 유출
현재 국내에서는 강원풍력이 대관령에 시간 당 100MW급의 풍력발전단지를 가동하고 있으며, 영덕풍력은 경북 영덕에서 40MW급의 풍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두 곳 모두 일본과 독일의 외국자본이 대주주이어서 풍력발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고스란히 넘겨주고 있는 실정이다.
강원풍력의 경우 국내 업체인 유니슨(32%)을 제외하면 일본 마루베니(30%)와 유로스에너지재팬(10%)이 대주주다. 특히 15만 톤에 달하는 탄소배출권 역시 마루베니와 유로스에너지재팬이 38% 이상 소유하고 있다. 영덕풍력도 6만 톤의 탄소배출권 지분 중 상당 부분을 마루베니에게 넘겨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만이 아니다. 최근 사업권을 허가받은 경북 영양 지역의 60.5MW급 풍력발전 사업 역시 외국자본 주도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내년 5월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 사업은 국내 발전회사와 스페인 악쇼나가 공동으로 지분을 투자했지만 악쇼나가 51% 이상의 지분을 확보함에 따라 앞으로 CDM 사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탄소배출권 역시 이 업체가 상당 부분 소유할 전망이다.
현재 국내 풍력발전 규모는 약 176MW로 추산되고 있지만 강원풍력의 98MW와 영덕풍력의 39MW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39MW에 불과해 테스트용 시설 수준이다. 경북 영양의 60.5MW급 역시 현재 추진하고 있는 풍력발전 사업 중 가장 큰 규모다.

전기료 차액보전 갈수록 커져
현재 풍력발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크게 세 가지다. 풍력발전 전기료에 대한 차액보전, 탄소배출권 확보, 국산 풍력발전기 사용에 따른 기술력 확보 및 산업화 등이 그것.
전기료 차액보전의 경우 국내 평균 전기거래 요금이 1Kw당 65원(유동가격이며, 88원대까지 오르기도 함) 수준인 반면 풍력발전 업체로부터는 107원에 구매가 이뤄진다. 이는 청정에너지인 풍력발전 등을 권장하기 위한 제도로 표면적으로는 풍력발전 업체와 전기공급 업체 사이의 거래지만 결국은 국민이 내는 전기요금에 포함된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통해 보전된다.
현재 전기료 차액보전을 받을 수 있는 풍력발전단지는 강원풍력과 영덕풍력 외에 제주의 한경풍력(6MW)과 행원풍력(9.7MW), 그리고 강원도 양양풍력(3MW) 등 5개소다.
산업자원부의 사업허가를 받아야 하는 3MW급 이상의 풍력발전소들이지만 5개소의 전체 시설용량 156MW 중 강원풍력과 영덕풍력 2개소의 시설용량이 137MW에 달한다. 국내 최대의 대형 풍력발전시설인 이들 2개소가 본격 가동되지 않았던 지난해에만 전체 5개소에 대한 차액보전 규모가 54억원에 달했으며, 올해에는 약 70억~80억원 수준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탄소배출권의 경우 교토협약에 의해 세계 각국이 배출할 수 있는 탄소의 양을 제한 당함에 따라 풍력발전처럼 탄소배출이 없는 에너지를 생산할 경우 그 만큼의 탄소배출권을 확보하게 된다. 현재 교토협약에 서명한 국가에서는 풍력발전이나 태양열발전 등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에너지 생산이 이뤄질 경우 해당국 주무부처에서 사업자에게 청정개발체제(CDM) 승인을 해 준다. 이후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산하 CDM 집행위원회의 승인을 받게 되면 해당 사업자는 기술적으로 확인된 만큼의 탄소배출권(CER)을 확보하게 된다.
이 탄소배출권은 교토협약에서 결정된 양보다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국가나 기업에 판매할 수 있다. 국내 풍력발전만을 놓고 본다면 풍력발전 사업자는 전기료 차액보전에 따른 수익 이외에 탄소배출권 거래를 통한 수익도 올릴 수 있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 개발된 풍력발전기를 채택함으로써 국내 풍력발전기 산업을 육성할 수 있으며, 향후 우리나라보다 저개발 국가에서 풍력발전 사업을 전개하는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된다.



탄소배출권 확보 급선무
풍력발전 사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대표적인 세 가지 이익 중 전기료 차액보전에 대한 문제 제기는 그다지 크지 않은 편이다.
풍력발전의 경우 초기 투자비가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고, 탄소배출 없이 에너지를 생산하는 신재생 에너지 부문에 대한 장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차액보전에 대한 수익을 국내 업체가 가져가든 외국자본이 가져가든 풍력발전단지 자체가 국내에 건설되는 것인 만큼 문제가 크지 않다는 시각인 것.
반면 풍력발전 전문가들은 탄소배출권이 외국자본에 넘어가는 것과 외국자본 주도의 풍력발전 사업으로 국산 풍력발전기가 채택되지 못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는 국내에 풍력발전소가 들어설 수 있는 지역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이 지역을 선점한 외국자본이 탄소배출권을 확보하고 나면 앞으로 풍력발전을 통한 탄소배출권 확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풍력발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풍력발전 부문에서 우리보다 앞서 있는 일본조차 초기 대응 미숙으로 탄소배출권 대부분을 유럽 등 외국자본에 넘겨줬다”면서 “우리나라 풍력발전 사업에 일본 자본의 적극적인 참여는 일본이 뼈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저개발국가의 풍력사업에 참여, 발전수익과 동시에 탄소배출권을 확보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초기 대응 미숙은 탄소배출권을 넘겨주는 것뿐만 아니라 자국 풍력발전 산업의 고사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
현재 우리나라는 교토협약에서 탄소배출 제한 유보국가로 분류돼 있지만 향후 탄소배출에 제한을 받을 경우 탄소배출권을 다른 국가나 기업으로부터 사들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에서 추진된 풍력발전 사업을 통해 얻어진 탄소배출권을 확보해 두는 것이 미래에 대한 대비책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풍력발전산업 고사 가능성
강원풍력과 영덕풍력의 국내 투자업체인 유니슨 관계자는 “초기 투자비가 큰 대형 풍력발전 사업을 추진하면서 일반적인 외자 유치처럼 외국자본 참여가 이뤄졌다”면서 “결국 참여 지분에 따라 탄소배출권 지분도 나누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 입장에서는 탄소배출권 역시 풍력발전을 통해 얻어지는 수익이므로 투자지분에 맞춰 투자업체들이 나눠 갖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외국자본 주도형 풍력발전소가 건립됨에 따라 여기에 설치되는 풍력발전기가 외국산 수입품 일색이 됨에 따라 국내 풍력발전기 업체의 고사 및 기술 종속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대관령과 영덕의 풍력발전단지의 경우 덴마크의 베스타스 장비를 채택했으며, 스페인 악쇼나가 참여한 영양 은 스페인에서 개발한 풍력발전기를 도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대관령과 영덕에 설치된 베스타스의 풍력발전기는 1.5~2MW(1,500~2,000KW)급. 대당 가격이 30억원이고, 날개 직경이 50~70m에 달하는 대형 발전 장비들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유니슨과 효성, 한진산업 등이 750KW급과 1,500KW급 풍력발전기를 개발한 상태다. 하지만 국내 대형 풍력발전 사업 대부분이 외국자본 주도로 추진됨에 따라 국산 풍력발전기가 채택될 가능성은‘제로’에 가깝다. 힘들게 개발해 놓은 장비마저 고사될 위기에 직면한 것.
풍력발전의 경우 장비도입 비용도 엄청나지만 유지보수 비용도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덴마크의 베스타스와 프랑스 즈몽 등은 장비가 고장 날 경우 고가의 AS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

제도적 장치 마련 시급
풍력발전 사업의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는 최근 탄소배출권과 관련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지만 외국자본이 대주주로 국내 업체와 제휴해 사업을 추진할 경우 이를 제한할 제도적 장치가 없어 고심하고 있는 상태다. 이를 제한할 경우 외자유치 또는 외국기업 국내 진출에 대한 진입장벽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산업자원부는 과거 CDM 사업을 승인할 때 탄소배출권을 외국자본에 넘겨주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를 추진했지만 외국자본 유치에 대한 규제로 작용할 것을 우려,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올 4월 이후 부터는 CDM 사업을 승인할 때 참여업체 간 탄소배출권 지분에 대한 공개를 요구하고 있으며, 특히 탄소배출권을 국내 업체가 50% 이상 확보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탄소배출권 지분은 기업의 영업 비밀에 해당해 규제 대상이 아니며, 풍력발전사업 허가 여부에 탄소배출권 지분 사항을 포함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주무부처가 여전히 갈팡질팡하고 있는 셈이다.
강재윤기자 hama9806@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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