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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UTURE OF FLIGHT] 환경친화적인 비행

fly the eco-friendly skies









항공편을 자주 이용하는 여행객들과 환경전문가들은 항공기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점점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실제 미국에서 교통 활동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 중 10%가 항공여행에서 생긴다.

현재 탄소 배출을 줄이는 주요한 방법으로 바이오디젤 혼합연료 사용, 보다 효율적인 비행 패턴, 새로운 항공기 설계 등이 중시되고 있다. 과학기술을 이용하면 점보제트기도 보다 환경친화적인 비행을 할 수 있을까.

지난해 여름. 1,000명이 넘는 환경운동가들은 영국 히드로 공항에 모여 ‘기후 캠프’라는 1주일간의 항의집회를 벌였다. 이 집회에서 70명이 경찰에 체포됐는데, 집회의 목적은 히드로 공항의 확장 계획을 저지하려는 것이었다.

환경운동가들은 석탄 사용 화력발전소, SUV 뿐만 아니라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민간 항공기들도 지구온난화에 일조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제 각국 정부들은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유럽연방의회는 유럽 내에 노선을 가진 모든 항공사를 탄소 배출권 거래 계획에 포함시키는 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2011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현재보다 10% 낮추지 않으면 탄소 배출권을 강제로 구입해야 한다.

항공기 배출 탄소를 규제해 달라는 목소리는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서도 들렸다.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 주는 다른 4개 주 및 뉴욕시 당국과 연합, 항공사에서 발생시키는 탄소를 규제해 달라는 탄원서를 환경보호청에 제출했다. 캘리포니아 주 법무국장인 제리 브라운은 기자회견장에서 이 탄원에 대해 “환경보호청은 이제 지상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는 자신들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2%만을 배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항공업계의 탄소 배출량은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은 앞으로 10년 후에는 항공교통 이용자 수가 두 배로 늘 것이며, 2025년에는 세 배가 될지도 모른다고 예측하고 있다.

지난 2004년 한 해 동안 항공교통 규모는 14%나 성장했다. 지난 25년간 가장 큰 성장률을 기록한 것. 이 같은 항공교통의 성장에는 많은 항공유의 소비가 뒤따랐다. 항공유 450g을 연소시키면 탄소 1,350g이 대기권 상층부로 날아간다.

자동차 업계는 규제를 받아들여 하이브리드 기술과 대체연료를 사용,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 하고 있다. 하지만 항공업계가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점보제트기의 연료탱크 뒤에 전기모터를 다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항공업계는 이미 고유가로 인해 가급적 연료를 적게 사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항변이 앞으로 항공업계가 받을 규제를 막아주지는 못할 것이다. 어쨌든 항공업계는 그들의 엔지니어에게 어떻게든 탄소를 덜 배출하는 방법을 찾도록 해야 한다.


바이오연료의 효율성 문제

항공기 탄소 배출을 막을 가장 유망한 해결책은 아이러니하게도 항공업계의 억만장자인 리차드 브랜슨에게서 나왔다. 버진 애틀랜틱 항공사의 회장인 그는 앞으로 10년간 철도사업과 항공사업에서 나오는 모든 수익(약 30억 달러로 추산)을 지구온난화 대책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계획의 첫 단계는 대체에너지 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자본인 ‘버진 그린펀드’다.

버진 애틀랜틱은 또한 보잉과 협력해 바이오연료 연구를 하고 있다. 바이오연료는 성장하면서 탄소를 소모하는 작물을 재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탄소를 덜 발생시킨다.

이 두 회사와 엔진 제조사인 제너럴 일렉트릭은 올해 초 바이오연료의 기술 수준을 향상시키고 반대파들을 침묵시키기 위한 시범 비행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보잉의 에너지 및 배출 관련 선임 기술자 데이브 대거트는 밝혔다.

이 실험에서는 747 항공기의 엔진 중 하나에 80%의 기존 제트유와 20%의 바이오연료를 혼합해 투입하게 된다. 이 프로그램은 앞으로 10년 후에 바이오연료의 혼합 비율을 50%로 높이는 것이 목표다.

제트기를 100% 바이오연료만으로 날리는 것도 가능하다. 그린 플라이트 인터내셔널과 바이오디젤 솔루션스는 지난해 10월 프렌치프라이 오일에서 추출한 바이오디젤만으로 체코슬로바키아의 1968년형 델핀 L-29 항공기를 비행시킴으로서 이를 입증했다.

이 제트기는 네바다 사막 상공 5,100m까지 상승했는데, 이는 현대 여객기 순항고도의 절반에 해당한다. 그린 플라이트 인터내셔널은 올 하반기 세계 일주 비행을 계획하고 있다.

물론 모두가 이 비행에 감명을 받은 것은 아니다. 프랫 앤 휘트니의 선임 엔지니어링 부사장인 폴 아담스는 “그런 비행기는 스턴트에서나 쓰라고 하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아담스는 제트 엔진은 단 한 번 정도라면 다른 연료를 써도 큰 지장이 없지만 규정된 연료 이외에 다른 것을 지속적으로 장기간 사용했을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는 “소나기가 내릴 때도 그 연료가 계속 점화될까요? 연료펌프나 O링에 악영향을 주지는 않을까요? 어떤 온도에서도 제대로 작동을 해줄까요? 기존 제트유 만큼 신뢰성이 있을까요?”라고 되묻는다.

이것이 바이오연료가 넘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장애물이다. 통칭 제트A라고 불리는 기존 제트유와의 경쟁에서 효율성을 입증해 보여야 하는 것이다.

MIT의 연구원이자 MIT에 자리 잡은 항공운송 소음 및 배출 감소 연구조합의 회원인 제임스 하일먼은 모든 대체연료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은 제트A라고 말한다. 이 케로신 계열의 연료는 50년 동안 거의 모든 민간 항공기에 연료로 쓰였다.
하일먼은 이 연료의 여러 장점 중 몇 가지를 열거해 보였다. 우선 취급이 안전하고, 연료를 흘려도 불이 붙지 않는다. 특히 어는 점이 대단히 낮아 영하 40℃ 이하로 떨어지는 고도에서도 끄떡없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사실은 제트A야 말로 갤런(3.78ℓ)당 가장 큰 에너지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연료 무게는 민간 항공기 무게의 3분의 1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는 중요한 문제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연료를 써야 제트기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고 적은 연료로도 멀리 갈 수 있다. 또한 돈도 절약된다. 제트연료는 많은 공간을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동체가 아닌 날개에 저장해 승객과 화물이 들어갈 공간을 마련한다.

바이오디젤에서 에너지 밀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제트A 수준의 갤런 당 에너지가 나오기 때문이다. 석유 대체에너지로 떠받들어지는 에탄올은 이 점에서 불합격이다. 에탄올은 같은 부피의 제트A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66%밖에 되지 않는다.
바이오디젤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하일먼은 바이오디젤의 어는점은 물과 똑같으며, 밀도는 추수감사절이 지난 후 잔치 음식의 육즙 밀도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보잉과 버진 애틀랜틱은 이 같은 문제점을 피하기 위해 바이오디젤과 제트A를 섞어 사용하려 한다. 이 혼합연료는 100% 바이오디젤만큼 탄소를 적게 배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1만2,000m 상공에서 엔진이 고장 날 위험은 없다.

보잉의 환경전략관리부장인 빌리 글로버는 항공업계가 10년 이내에 점차적으로 제트A에서 혼합연료로 이행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그 때가 오면 바이오연료를 혼합한 연료를 취급하는 공항이 생길 것”이라면서 “그런 공항에 가면 혼합연료, 그렇지 않은 공항에서는 재래식 연료를 보급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장래에 전 세계 항공기가 프렌치프라이 오일에만 의존해서 날지는 않을 것이다. 항공업계는 바이오연료의 또 다른 원료를 찾고 있다.

올 하반기 보잉은 에어 뉴질랜드 항공사, 엔진 제작업체인 롤스로이스와 합작해 새로운 원료로 만든 바이오디젤로 제트기를 시험 비행시킬 것이다. 바이오연료의 새로운 원료는 조류(藻類)다.

하지만 오늘날까지 생산된 조류 바이오연료는 몇 ℓ에 불과하다. 대거트는 이 바이오연료가 업계에서 사용되려면 10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하일먼은 “지구를 온실가스로부터 구하려면 재배 가능한 새로운 바이오연료의 원료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환경을 위한 비행 방법

지난 2000년부터 2007년 사이에 미국 내 항공연료 가격은 115.6%나 상승, 항공사들의 운영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물론 항공사들은 언제나 연료가격에 대해 신경을 써 왔지만 현재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한 상태다. 연료비용은 물론 온실가스 배출 또한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항공기의 비행 방법을 바꾸는 것이다.

지상과 마찬가지로 항공기에서도 교통체증 때에는 연료 효율이 낮다. 파트너 프로그램 부장인 이안 웨이츠는 “날씨가 좋으면 대부분의 항공기는 효율적으로 비행할 수 있지만 교통체증이 일어나거나 기후가 좋지 않을 경우에는 문제가 생긴다”며 “이럴 경우 항공기를 선회 비행시키거나 택싱 라인에 대기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항공교통 체증을 완화하기 위해 항공업계에서는 새로운 비행 패턴을 적용하려고 하고 있다. 지난 2003년 미 의회에서는 차세대 항공교통시스템(Next Generation Air Transportation System)의 약자인 ‘넥스트젠(NextGen)’이라는 새로운 항공교통 통제체계를 만들기 위해 합동기획개발사무국을 편성했다. 기존 항공교통 체제를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이 작업에는 약 22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 중 하나는 항공기 착륙을 보다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다. 현재는 항공기간의 안전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착륙을 할 때 속도를 늘였다 줄였다 하면서 연료를 낭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개발 중인 정교한 컴퓨터 모델을 사용하면 항공기 착륙 순서를 세밀하게 조정해 각 항공기가 거의 연료를 소모하지 않고 활공 상태에서 열을 지어 쉼 없이 착륙할 수 있다. 모의실험에서 이 같은 방법은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착륙할 때 평균 378ℓ의 연료를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넥스트젠의 또 다른 핵심은 2차 세계대전 당시의 기술로 만들어진 현재의 미국 국가레이더체계를 폐기하고 자동종속감시통신(ADS-B) 체계로 대체하는 것이다. ADS-B는 항공기의 위도와 경도, 고도와 속도를 정확하게 나타내준다. 그 결과 항공기를 직항로에 많이 배치해 더욱 빠른 비행과 더욱 효율적인 안전거리 설정이 가능해진다. 물론 연료도 절약된다.

지난 2005년 넥스트젠은 순항고도에서의 항공기간 수직 분리 고도를 기존 600m에서 300m로 단축시켰다. 이 때문에 바람의 영향이 없는 고고도에 더 많은 항공기가 비행하게 돼 연료가 절약됐다. 또한 더 많은 항공로를 열어 공역 용량(airspace capacity)을 85%까지 높였다.

하지만 넥스트젠은 공역 용량을 넓힐 뿐 탄소 배출은 줄이지 못한다. 비록 넥스트젠에 의한 비행이 연료소비를 줄인다고 하더라도 교통수요의 증가에 의해 연료소비 절감 효과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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